안녕하세요.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입니다. 지금도 손이 덜덜 떨려서 정신없이 쓰는데 원래 이런 데 글 쓰는 성격도 아니에요. 근데 이건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돼서 올려봅니다.
제가 중견 패션 회사에서 디렉터로 일해서 그런지 드레스 욕심이 진짜 컸어요. 해외 브랜드 공식 사이트에서 수천만 원짜리 실크 드레스를 직구했고 국내에 몇 벌 안 풀린 디자인이라 돈 주고도 못 구하는 물건이었죠. 제 사이즈에 딱 맞게 수선 맡겨서 거실 한쪽 스탠드 행거에 더스트 커버 씌워 걸어두고 일주일 내내 퇴근하면 불 켜고 바라볼 정도로 아끼던 애였어요. 솔직히 피팅 때 등 지퍼 쪽이 좀 타이트해서 숨 참아야 했는데 샵 이모님이 살 빼면 딱 맞을 거라 해서 그냥 넘어갔거든요.
어제 터졌습니다. 예비 신랑이랑 시부모님, 예비 동서까지 다섯 명이 저희 집에서 저녁 먹기로 해서 제가 주방에서 커피 내리고 있었어요. 거실 소파에 분명 예비 동서가 앉아 있었는데 2분쯤 조용하더니 안 보이더라고요. 느낌 이상해서 안방 드레스룸 쪽으로 따라가 봤죠. 문이 살짝 열려 있는데 그 여자가 제 드레스를 그대로 입고 거울 앞에서 핸드폰 들고 셀카 찍고 있더라고요. 커버는 바닥에 처박혀 있었고요.
제가 소리 지르자 걔가 화들짝 놀라서 몸을 휙 돌리는데 그 순간 등 뒤에서 드르륵 소리 나면서 지퍼 옆 실크 원단이 세로로 길게 찢어졌어요. 제가 미쳐서 달려가 뭐 하는 짓이냐고 따지니까 사과는커녕 어깨 으쓱하더니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어머 형님, 이거 원단이 왜 이렇게 약해요? 제가 그냥 입어본 건데 바로 터지는 거 보면 형님이 평소에 너무 꽉 끼게 입어서 원단이 이미 늘어나 있었던 거 아니에요? 형님 요즘 살 좀 붙었다더니 드레스가 먼저 항복한 것 같네."
제가 뚱뚱해서 터졌다는 소리죠? 저 44 유지하려고 반년 동안 닭가슴살이랑 샐러드만 먹고 필라테스 매일 갔어요. 샵에서도 44 정사이즈라 더 줄일 데 없다고 칭찬까지 들었는데 남의 인생 드레스를 허락도 없이 입고 찢어놓고 제 몸매 디스하면서 코웃음 치는 그 얼굴이 아직도 선해요. 예비 동서 평소에 제 옷이나 가방 보면 은근히 열등감 보이더니 결국 이렇게 터지네요.
예비 신랑은 옆에서 좋게 넘어가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이러고 있고요. 미치겠어요. 브랜드 측에 물어보니 이 원단은 특수 실크라 찢어지면 복구 자체가 안 되고 짜깁기하면 조명 아래서 바로 티 난대요. 예비 동서는 끝까지 형님이 무리하게 작은 사이즈 산 탓이라며 적반하장이에요. 이거 민사로 드레스값 전액 청구 가능하죠? 파혼까지 진지하게 고민 중인데 제 꿈을 짓밟은 게 너무 억울해서 잠도 안 옵니다.
그날 이후 시댁 쪽 연락은 전부 끊어버렸습니다. 예비 신랑은 동서가 아직 어리고 철이 덜 들었다며 가볍게 사과하고 넘어가자고 했지만 저는 단호하게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해외 결제 영수증과 관세 납부 증빙, 찢어진 부위 클로즈업 사진까지 모두 모아 내용증명을 발송했습니다.
그러자 예비 동서가 제 친정 부모님께 직접 연락해 제가 평소 가난하다고 깔봤다, 드레스 자체가 가짜였다는 식의 헛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이건 금액 문제가 아니라 사람 자체의 문제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결국 예비 신랑에게는 파혼 의사를 분명히 전했고 예비 동서 쪽에는 재물손괴와 명예훼손으로 정식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드레스는 수선 불가 판정을 받아 폐기할 예정이고 구입비 전액과 위자료까지 전부 받아낼 계획입니다. 앞으로 제 삶에 이런 부류가 다시는 끼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