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진짜 너무 충격받아서 글 올려요. 저 임신 7개월차 임산부입니다. 남들 다 부러워하는 태교여행이라고 남쪽 섬에 있는 독채 숙소로 남편이랑 큰맘 먹고 다녀왔어요. 배 불러서 비행기 타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래도 아이한테 좋은 추억 남기자 싶어서 무리해서 갔다 온 거였거든요.
남편이 원래 자기애가 좀 강한 스타일이라 평소에도 블로그랑 SNS에 자기 일상 기록하는 걸 엄청 좋아해요. 이번에도 자기가 직접 사진 찍고 편집해서 ‘완벽한 남편의 태교 여행 가이드’라며 후기글을 엄청 정성스럽게 올리더라고요. 저는 옆에서 그래도 자상한 남편 둔 거 다 보여줄 수 있겠다, 나중에 아이 보여주면 좋겠다 싶어서 흐뭇하게 지켜만 봤어요.
그런데 오늘 저녁에 그 후기글을 다시 확대해서 정독하다가 피가 거꾸로 솟는 줄 알았어요. 남편이 숙소 거실 통창 뷰 자랑한다고 찍은 사진이 있는데, 쇼파 다리랑 커튼 사이 그 좁은 틈 있잖아요. 거기에 낯선 여자 발끝이 딱 찍혀 있는 거예요. 그냥 스치면 모를 정도로 구석에 작게 걸렸는데 형광 핫핑크 페디큐어가 너무 선명해서 바로 보이더라고요.
저는 임신하고 나서 아이한테 안 좋을까 봐 매니큐어 하나 안 바르고 손톱 발톱 다 짧게 깎고 살았어요. 근데 사진 속 그 발은 발톱마다 큐빅까지 박힌 화려한 핫핑크 페디였고, 옆에는 제가 평생 만져본 적도 없는 고가 핸드백이 바닥에 놓여 있었어요. 저는 남편 대출금 갚는다고 만삭 배 끌고 필라테스 수업 나가고, 몸 무거워서 누워만 있어도 눈치 보면서 살았는데 너무 억울해서 숨이 막히더라고요.
바로 남편 붙잡고 이게 뭐냐, 이 여자 누구냐 따졌죠. 그랬더니 남편 얼굴이 순식간에 굳더니 “미친 소리 하지 마라, 구도 잡으려고 잡지 펼쳐둔 거다”면서 오히려 저를 예민한 임산부 취급해요. 제가 확대한 사진 들이밀니까 이번엔 “숙소 직원이 체크인 도와주다 찍힌 거다” 라고 말을 바꾸더라고요. 우리가 묵은 데는 무인 키패드로 들어가는 독채 숙소라 직원이 거실 안까지 들어올 일이 절대 없는데 말도 안 되는 변명만 늘어놓는 거예요.
돌이켜보면 여행 내내 이상했어요. 제가 오후에 낮잠 자고 있으면 “편의점 다녀온다”면서 한두 시간씩 사라지고, 밤만 되면 화장실 문 닫고 누가 들을까 봐 속삭이면서 통화하더라고요. 그때는 회사 일인가 보다, 내가 임신해서 예민한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지금 생각하면 다 신호였던 거죠. 그걸 못 알아본 제가 너무 한심해요.
지금은 집안에서 말 한마디 안 하고 있다가 남편이 짐 싸서 그냥 나가버렸어요. 제가 증거 있다 고소하겠다고 하니까 “마음대로 해라, 네가 조작한 거 아니냐”면서 적반하장으로 나오더라고요. 뱃속 아이 생각하면 참아야 할 것 같은데 배신감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 이 사진 하나만으로 외도 증거가 될 수 있을까요? 세상이 다 가짜 같고 너무 무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