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저히 제 맨정신으로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손이라도 빌려 글을 남깁니다. 지금 제 눈앞에 벌어진 일이 현실이 맞는지, 아니면 하늘이 우리 집안을 아주 작정하고 죽이려 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 남동생이 겨우 자리 잡고 이제 결혼하겠다며 예비 신부를 데려왔습니다.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그 여자를 본 순간, 저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 눈매, 그 오만한 말투... 바로 15년 전, 우리 아버지가 일구신 회사를 통째로 삼키고 아버지를 끝내 바닥까지 끌어내려 쓰러지게 만든 그 배신자, 김OO의 딸이었습니다.
그 집구석은 우리 집 피눈물로 세운 돈으로 강남에 빌딩 올리고, 그 딸년은 외국 유학까지 다녀오며 귀하게 자랐더군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 집안에 마지막 남은 희망인 제 동생까지 자기들 손아귀에 넣으려 합니다. 동생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버지가 왜 돌아가실 때까지 그 인간 이름만 부르며 한을 품으셨는지, 우리가 왜 그 좁은 반지하 방에서 십 년을 넘게 썩었는지 동생은 모릅니다. 제가 동생만큼은 평범하게 살길 바라서 숨겼으니까요.
그 여자는 절 보며 생긋 웃으면서 '형님, 말씀 많이 들었어요'라고 하더군요. 그 가증스러운 입술을 확 비틀어버리고 싶었습니다. 동생은 옆에서 자기 신부라고 예뻐 죽겠다는 표정인데, 저는 당장이라도 저 여자의 부모가 우리 집안에 무슨 짓을 했는지 다 까발리고 저 집안을 풍비박산 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더 소름 돋는 건, 제가 이 결혼을 허락해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네, 저들 집안에 합법적으로 섞여 들어가서 하나씩 무너뜨려 주려 합니다. 제 인생을 망친 그들에게 똑같이 돌려주려 합니다.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요? 아니요, 이건 정당한 대가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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