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날벼락이 이런 거구나 싶어요. 어제까지 입덧 때문에 화장실만 들락거렸는데 지금은 대학병원 6인실 커튼 안에 링거 꽂고 누워있어요. 임신 8주차, 어젯밤 화장실에서 피가 쏟아져 응급실로 실려왔고 결국 유산 판정 받았습니다. 아랫배는 찢어지는 것처럼 아프고 피는 계속 비쳐요.
오늘 오전 면회시간 되자마자 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이 세 명이 우르르 들어오더라고요. 6인실이라 옆 침대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데 과일 한 봉지도 없이 빈손이었어요. 커튼도 안 치고 침대 발치에 서서 저를 훑더라고요.
시어머니 첫마디가 "몸은 좀 어떠냐" 딱 한마디더니 바로 "모레가 할아버지 제사인데 네가 빠지면 어떡하냐, 병원 핑계 말고 음식은 해야지" 하는 거예요. 링거 꽂고 피 묻은 패드 갈고 있는 사람한테 제사 타령이라니 귀를 의심했어요.
바로 메뉴 읊는데 전 세 가지, 나물 일곱 가지, 탕국까지 직접 하래요. 업체 맡기면 돈 아깝고 맛없다면서요. 시누이는 옆에서 "올케 손맛이 좋다" 맞장구하고 시아버지는 "며느리 도리" 타령이에요. 병실이 제사 회의장이 된 기분이었어요.
제일 어이없는 건 남편이에요. 머리맡에 서서 고개만 숙이고 "엄마가 원래 제사엔 예민해, 이해 좀 해" 하더라고요. 제 손 한 번 안 잡고 오히려 "일단 알겠다고 해" 속삭이는 거예요. 그 순간 남편이 남처럼 느껴졌어요.
저는 진통제 맞고도 배가 찢어지는 것 같고 화장실 갈 때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의사는 절대 안정하라고 했거든요. 그런 사람 붙잡고 전 부치라는 게 사람 할 짓인가요? 조상님도 이런 상 받으면 기분 좋으실까요.
솔직히 요즘 카드값 돌려막기에 다이어트 약까지 먹으며 버텨서 몸이 말이 아니었어요. 남편 결혼자금에서 조금씩 빼 쓴 것도 걸릴까 매일 조마조마했고요. 그래서 더 예민했던 건 맞는데, 그래도 지금 이건 시댁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아 분노가 치밀어요.
병실 바닥에 앉아 전 부치라는 소리 듣는데 내가 사람 취급은 받는 건가 싶더라고요. 옆 침대 간호사님이 눈치 보고 커튼 쳐주는데도 시어머니는 "며느리 없으면 제사가 무슨 제사냐" 큰소리예요. 진짜 수치스럽고 무서웠어요.
이거 한 번 넘어가면 평생 제사 노예로 살 것 같아요. 친정에 연락해야 할까요? 이 정도로도 이혼 사유 되나요? 현실적인 조언 좀 해주세요. 더는 이 병실에서 시댁 얼굴 보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