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4살 중견기업 회계팀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회사 책상 앞에서 손이 덜덜 떨려서 자판이 두 번씩 눌립니다. 오타가 있어도 좀 봐주세요. 오늘 오후에 겪은 일이 그냥 악몽이었으면 해서 글 올립니다.
저는 월급 350에 대출 갚고 나면 남는 게 없어서 텀블러에 커피 타오고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고 5년째 같은 가방 메고 다닙니다. 그런데 오늘 오후 3시쯤 책상 위에 둔 핸드폰이 울리더니 카드 승인 문자가 찍히더군요. 금액 520만원, 발신지는 백화점 명품 매장이었습니다.
처음엔 진짜 도난인 줄 알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그러다 어제 저녁 식탁에서 남편이 제 지갑에서 카드를 빼가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차에 기름 넣는다고 해서 그러려니 하고 줬는데 그걸 그대로 안 돌려준 상태였습니다. 바로 남편한테 열 통 넘게 전화했지만 전부 씹혔고, 퇴근해서 현관에 들어선 남편 가방을 현관 바닥에 쏟다시피 뒤졌습니다.
가방 안에는 그 명품 매장 쇼핑백이 접힌 채 구겨져 있었고 영수증이 같이 들어 있었습니다. 남편 핸드폰 갤러리를 열었더니 시누이가 그 가방을 어깨에 메고 거울 앞에서 활짝 웃는 사진이 떡하니 있더군요. 제가 5년 동안 사고 싶어도 꾹 참았던 그 가방을 제 카드로 긁어간 겁니다.
남편을 붙잡고 따지니까 미안하다는 말은 없고 '동생이 면접 붙어서 선물 하나 해주고 싶다길래 잠깐 빌려준 거야' 이러는 겁니다. 제가 미쳤냐고 소리를 지르니까 안방에서 시누이가 문 열고 나와 거실 한가운데 서서 저를 위아래로 훑더니 대놓고 쏘아붙이더군요. '언니 돈 잘 벌잖아요. 가족끼리 이 정도도 못 해줘요? 왜 이렇게 속물이에요? 돈 가지고 유세 떠는 것도 정도가 있지' 솔직히 예전에 저도 남편 카드로 친정 부모님 여행 한 번 보내드린 적 있어서 할 말 없는 건 알지만 그건 가족을 위한 거였고 이건 완전 도둑질이잖아요.
소파에 앉아 있던 시어머니는 거들더니 '시누가 가방 하나 샀다는데 집안을 시끄럽게 하냐, 네가 너무 예민하다'며 저를 몰아가더군요. 제가 당장 돈 내놓으라고 안 그러면 도난 신고하겠다고 하니까 남편은 얼굴 굳히더니 '가족끼리 고소가 웬 말이냐'며 오히려 저를 이상한 사람 만듭니다. 이 지옥 같은 집구석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눈물이 안 멈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