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 너무 당황해서 키보드도 제대로 못 누르겠어요.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것 같아요. 누가 제 인생 몰래카메라 찍는 것 같고 현실감이 하나도 없어요. 제발 누가 좀 알려주세요, 제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
저희 언니는 저보다 세 살 많은데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뻐서 엄마 아빠 자랑 1순위였어요. 집안 모임만 가면 다들 언니 얘기만 하고 저는 옆에서 박수 치는 들러리였죠. 사이가 엄청 나빴던 건 아닌데 솔직히 속 깊은 곳엔 언니만 보면 비교당한다는 열등감이 늘 눌러앉아 있었어요.
그런 언니가 얼마 전부터 드디어 제대로 된 남자 만났다며 매일 자랑을 해대더라고요. 전문직에 자기한테 죽고 못 산다, 이번엔 결혼까지 생각한다고요. 겉으론 축하한다 했는데 속으론 또 언니만 좋은 사람 낚았네 싶어서 배가 뒤집어지더라고요. 좋은 건 왜 항상 언니 차지인지.
근데 저한테도 1년 가까이 진심으로 좋아했던 남자가 있었어요. 반년 전에 헤어졌는데 제가 진짜 미친 듯이 매달렸거든요. 헤어지고 나서도 미련을 못 버리고 가계정 파서 SNS 염탐은 기본, 차단당한 거 뻔히 알면서도 취하면 자존심 버리고 문자 보내고 그랬어요. 아직도 자기 전에 사진첩 뒤적이는 게 일상이에요.
며칠 전이었어요. 언니가 거실 소파에 폰 던져두고 욕실 들어가서 샤워하는데 액정에 ‘자기야♥’ 하고 불이 켜지는 거예요. 궁금증을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요. 물소리 요란하게 나는 틈에 몰래 화면을 스윽 봤는데 발신자 번호 끝 네 자리가 너무 익숙한 거예요. 가슴이 철렁해서 제 폰 메모장에 그 번호를 급하게 옮겨 적었어요.
방에 들어와서 그 번호 그대로 카톡에 저장하고 프로필을 눌렀는데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제가 매일 밤 사진첩에서 꺼내보던 그 얼굴, 제 전 남친이 프사로 떡하니 걸려 있는 거예요. 더 소름인 건 배경사진 구석에 언니랑 같이 간 바닷가 카페 테라스가 작게 찍혀 있더라고요. 둘이 같이 찍은 게 분명한 구도였어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어요. 언니가 그게 제 전 남친인 걸 알고도 만나는 걸까요? 제가 그 남자 때문에 며칠 밤낮으로 울고불고 앓아누워 있을 때 옆에서 다 지켜본 게 언니거든요. 제 앞에서 그 남자 욕 같이 해주고 더 좋은 사람 만나라고 위로하던 입으로 어떻게 그 남자한테 ‘자기야’라고 할 수 있어요? 이건 뒤통수 아닌가요.
더 어이없는 건 그 남자예요. 저한테는 그렇게 차갑게 굴더니 연락 씹고 도망가더니 제 친언니랑은 잘도 연애를 하고 있더라고요. 이거 일부러 저 엿 먹이려고 작정한 건가요? 아니면 언니가 전문직에 얼굴도 예쁘니까 저 버리고 갈아탄 건가요? 생각할수록 피가 거꾸로 솟아요.
지금 당장 언니 멱살 잡고 따지고 싶은데 그러면 제가 몰래 번호 훔쳐본 게 들통나잖아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서 미치겠어요. 그냥 그 남자한테 연락해서 우리 예전에 찍은 사진들 다 보내버릴까요? 아니면 언니한테 다 까발리고 당장 헤어지라고 할까요? 제가 예민한 건가요? 이 둘 제정신 아닌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