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당황해서 키보드도 제대로 못 치겠어요. 지금도 코끝에 그 시커먼 탄내가 그대로 밴 것 같고 속이 울렁거려요. 어제 하루 만에 제 집이 그냥 사라졌어요. 부모님 손 하나 안 빌리고 전세금 모으느라 3년 내내 야근에 주말 알바까지 뛰면서 장만한 집인데, 냉장고에 TV에 침대에 제가 하나하나 고르고 들인 것들이 다 까맣게 타서 형체도 안 남았더라고요.
다행히 사람은 무사히 빠져나왔는데 진짜 옷 한 벌 챙길 틈도 없이 맨발로 뛰쳐나왔어요. 소방관분들은 아직 조사 중이라면서 전기 쪽 문제 같다고 하시는데 솔직히 저도 아침에 전기장판 켜둔 채로 출근한 게 계속 걸려서 속이 타들어가요. 근데 막상 사람들한테는 그냥 오래된 배선 때문에 누전 난 것 같다고 둘러댔어요. 여기서 내 실수까지 말하면 완전 끝장이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점심쯤 그 사촌언니가 위로한답시고 현장에 왔더라고요. 이 언니 원래 제가 전세 구했을 때부터 야 너가 저런 집에 어떻게 들어갔냐면서 은근 깎아내리고, 본인은 대기업 다닌다고 맨날 자랑하고 제가 뭐 하나 잘하면 배 아파하던 애예요. 어제 언니가 전화로 보험 얼마나 나오냐고 캐묻길래 자존심에 보험 빵빵해서 억대는 나올 거라고 뻥을 쳤거든요. 사실 전 보험 한 푼도 안 들어놨어요.
그랬더니 언니가 그 새까맣게 탄 집안을 한번 슥 훑더니 입꼬리 올리고 웃으면서 대놓고 이러는 거예요. 야 ○○야, 그래도 옛말에 불나면 흥한다잖아. 너 보험도 억대라면서? 잘됐네. 이번에 낡은 가구 다 태워버리고 그냥 새집으로 이사하면 되겠네. 축하한다!
여러분 이게 사람 할 소리예요? 집 다 타서 길바닥에 나앉은 동생 앞에 서서 축하가 나와요? 제가 보험 있다고 뻥 친 게 그렇게 배가 아팠나 싶고 일부러 기회라는 단어로 비꼬는 것 같아서 미치겠어요.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요 아니면 이 언니가 원래 인성이 바닥인 건가요? 불탄 집 앞에서 어떻게 웃음이 나오죠. 억울해서 눈물밖에 안 나요. 저런 사람이 가족이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