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 쓰는 내내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요. 이게 진짜 현실이 맞나요? 정확히 3개월 전이에요. 2년을 내리 만나면서 내년 봄엔 결혼하자고까지 했던 남친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은 게.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었어요.
전화 건 사람은 자기 누나라고 하더군요. 응급실에서 끝내 못 깨어났다면서 울먹이는데 그 떨리는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박혀 있어요. 경황이 없으니 빈소엔 오지 말고, 고인이 생전에 졌던 빚이랑 병원비부터 정리해주는 게 마지막 도리라는 거예요. 저는 바보처럼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부모님 몰래 받은 대출까지 털어서 계좌로 다 쏴줬어요.
장례는 가족끼리 조용히 치른다면서 영정사진 한 장이랑 텅 빈 빈소 영상 10초짜리만 톡으로 보내주더라고요. 그걸 붙잡고 3개월을 매일 밤 울면서 버텼어요. 낮엔 디자인 외주, 밤엔 배달 대행까지 투잡 쓰리잡 뛰면서 그놈이 남겼다는 빚 갚느라 밥도 제대로 못 넘기고 작업실 책상 앞에서 그대로 쓰러져 잤어요.
그런데 오늘 오후, 도심 공원 잔디밭 지나가다 눈이 뒤집혔어요. 하얀 천막에 조명 세워두고 턱시도 입은 남자랑 순백 드레스 입은 여자가 웨딩 스냅 찍고 있는 거예요. 웃음소리가 잔디 끝까지 울리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닮은 사람인가 했어요.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피가 식더라고요. 웃을 때 생기는 그 눈웃음, 제가 생일에 선물했던 그 시계, 왼쪽 손목에 길게 남은 칼자국 흉터까지 똑같았어요. 세상을 떠났다던 제 남친이 멀쩡하게 거기 서서 신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는 거예요.
멍하니 서 있던 저랑 눈이 딱 마주친 순간, 그 자식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더군요. 그러더니 바로 고개 돌리고는 뒤에 있던 덩치 큰 스태프 두 명한테 손짓을 해요. 그 사람들이 제 팔을 양쪽에서 잡아끌면서 밖으로 밀어내는데, 제가 '오빠!' 하고 소리 질러도 그놈은 한 번도 안 돌아보고 그 여자 어깨를 감싸 안고 더 다정하게 속삭이더라고요.
지금 공원 벤치도 아니고 그냥 보도블록 바닥에 주저앉아 이 글 써요. 제가 피땀 흘려 갚은 그 수천만 원은 대체 뭐였고, 제가 보낸 장례비는 그럼 두 사람 결혼 자금이었나요? 죽음으로 사람 속여서 버리고 돈까지 뜯어간 저 일당, 어떻게 해야 죗값을 치르게 할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 다 뒤집어엎고 싶은 심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