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당황해서 글자도 제대로 안 눌려요. 지금 바다 통창으로 보이는 1박에 백 넘는 인피니티 풀빌라 풀장 앞에 혼자 앉아 있어요. 3년 연애하고 오늘 신혼여행 첫날인데 옆에 있어야 할 남편 자리가 텅 비었습니다. 어디 갔냐고요? 렌터카 끌고 시내 피씨방 갔어요.
체크인하고 짐 풀고 풀장에서 분위기 좀 잡으려고 와인 따르는데 옆에서 계속 폰 시계만 들락날락하더라고요. 뭐가 불안하냐니까 오늘 길드 레이드 최종 보스 잡는 날이라 빠지면 강퇴당한다고 식은땀을 흘리는 거예요. 장난인 줄 알았죠. 근데 진짜 백팩 메고 나가더니 제가 고른 풀빌라 예약도 아까워하지 않고 차 몰고 시내로 가버렸어요.
이 넓은 풀빌라에 저 혼자 와인병 따놓고 울고 있으니까 미치겠네요. 인스타에는 행복한 신혼부부처럼 사진 올려놨는데 속은 썩어 문드러지는 기분이에요. 남편은 제가 예민하다, 두 시간만 하고 온다는데 첫날부터 이러면 평생 이럴까 봐 너무 무서워요. 제가 진짜 예민한 건가요, 아니면 이 결혼 자체가 잘못된 건가요. 솔직하게 한마디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