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아버지 정년퇴임식장에서 튀어나와 바로 옆 건물 카페 구석에 숨어서 쓰는 글입니다. 연회장은 지금 완전히 뒤집어졌어요. 커피잔 잡은 손이 아직도 덜덜 떨리는데 이상하게 속은 뻥 뚫렸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한 톨도.
결혼한 지 딱 1년 됐습니다. 친정에서 아파트 포함 3억 보태주고 혼수도 남들 부러울 만큼 맞춰갔는데, 시어머니는 첫 인사부터 대놓고 비비 꼬셨죠. "요즘 애들은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그럴싸하다", "우리 아들만 아깝다"가 기본이고, 안방 가구 브랜드가 싸구려 티 난다, 내 가방 하나하나가 친정 수준을 보여준다며 하루 걸러 하루는 꼭 불러 세워놓고 사람 자존심을 발로 밟는 소리를 하셨습니다.
처음엔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남편은 입으로는 중립인 척하면서 매번 "엄마 원래 저런 분이야" 하며 결국 시어머니 편만 들었고, 시아버지는 아예 못 본 척 등 돌리셨죠. 그래서 석 달 전부터 갈았습니다. 시어머니가 주방 싱크대 앞에 세워두고, 거실 소파에 앉혀두고 혼수 타박하며 코웃음 치던 그 순간들 전부 녹음했습니다. 폰 용량 터질 때까지 모으니까 60시간이 훌쩍 넘더군요.
오늘이 시아버지 30년 공직생활 마무리하는 정년퇴임식이었습니다. 호텔 2층 연회장, 샹들리에 번쩍이는 곳에 친척이며 전현직 직장 동료까지 수백 명이 꽉 찼죠. 제가 "시아버지께 드리는 영상 편지"라며 사회자에게 USB 하나 슬쩍 건넸습니다. 음향 부스 쪽에는 미리 사례 좀 하고 양해 구해뒀고요.
잔잔한 음악 깔리고 시아버지 젊은 시절 사진이 스크린에 넘어가다가 갑자기 화면이 깜깜해지더니 스피커에서 시어머니 그 쇳소리 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너희 엄마는 딸 하나 시집보내면서 그 돈도 아까워서 그 따위로 해왔니? 내가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녀!" 연회장 공기가 그대로 얼어붙었고, 그 뒤로 5분 동안 제가 1년간 들었던 그 비하 발언들이 마이크를 타고 그대로 쏟아졌습니다.
대기석에 앉아계시던 시어머니 얼굴은 순식간에 잿빛이 돼 그대로 주저앉으셨고, 단상 위 시아버지는 마이크를 잡은 채 입도 못 떼시더군요. 전 그 정적을 등지고 가방 챙겨 그대로 나왔습니다. 남편한테는 예약 걸어둔 문자 발송했어요. "내 혼수가 그렇게 천박하다더니, 당신들 체면 찢어지는 소리는 좀 고급지냐?" 제가 잘못한 건가요? 솔직히 너무 잘한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