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혼한 지 딱 일주일 된 새댁입니다. 원래라면 지금쯤 신혼여행지 리조트 풀장에서 칵테일 마시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친정집 2층 제 옛날 방 침대에 처박혀 천장 몰딩만 노려보고 있습니다. 캐리어는 현관에 포장도 안 뜯긴 채 그대로 서 있고요.
결혼식 자체는 완벽했습니다. 양가 부모님 다 웃으셨고 하객들도 선남선녀라며 사진 찍기 바빴죠. 공항 가려고 리무진까지 불러놓고 현관에서 신발 신는데 남편이 갑자기 얼굴 굳히더니 회사에 대형 사고 터졌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아니면 수습이 안 된다며 너무 당당하게 말하길래 바보처럼 믿었습니다. 커리어에 흠집 나면 안 되잖아요. 결국 제가 직접 항공사랑 호텔에 전화 돌려서 다 취소했죠. 위약금만 삼백 넘게 증발했는데 남편은 나중에 두 배로 더 좋은 데 보내주겠다며 어깨 툭 치고 말더군요.
그런데 어제 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인스타 탐색 탭 넘기다가 남편 십년지기 여사친 계정이 뜬 겁니다. 평소에도 좀 거슬렸던 앤데 스토리에 에메랄드빛 바다에 칵테일 사진이 떡하니 올라와 있더라고요. 옆에 무심하게 찍힌 남자 팔뚝, 투박한 가죽 시계에 손목 안쪽 별 타투까지 누가 봐도 제 남편이었습니다. 피가 거꾸로 솟더군요. 바로 전화해서 어디냐고 악을 질렀더니 처음엔 얼버무리며 회사 회식 중이라더니 결국 실토하더라고요. 너랑 가면 피곤하고 눈치 보여서 편한 친구랑 힐링 좀 하러 왔다고요. 신혼여행을 친구랑 힐링으로 대체한다네요 ㅋㅋ
기가 막혀서 그게 신혼여행 대신 여사친이랑 갈 일이냐, 이게 바람 아니면 뭐냐고 따지니까 하는 말이 더 가관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거 되게 쿨하게 생각한대요. 우리가 언제까지 구닥다리 한국식 정서에 갇혀 살아야 하냐,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온 것뿐인데 왜 속 좁게 구냐며 오히려 저를 예민한 사람 취급하더라고요. 쿨한 아메리칸 마인드를 좀 배우래요. 자기는 떳떳하다네요.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정말 시대 못 따라가는 꽉 막힌 사람인 건가요? 부모님께는 아직 한마디도 못 했습니다. 말했다간 바로 뒤집어질 게 뻔하니까요. 속은 부글부글 끓는데 남편은 제 카톡은 전부 읽씹하고 그쪽 리조트 수영장에서 스토리만 신나게 올리고 있네요. 손이 벌벌 떨려서 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