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라서 터질 것 같아요 오늘 진짜 손꼽아 기다리던 상견례 날이었거든요 예비신랑은 대기업 다니고 성격도 다정해서 제가 3년 전 전세사기 당하고 1억 빚 떠안아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버텼던 지난날을 드디어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시내 고급 한정식집 프라이빗 룸 잡아서 부모님 먼저 모시고 앉아 있었어요 자개 장식된 미닫이문 넘어로 시댁 식구들이 들어오시는데 인자하게 웃으시는 시부모님 뒤에서 예비 시아주버님이라는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더라고요 그 얼굴 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비면서 귀가 멍해졌어요
3년 전 제 전세계약금 1억 들고 그대로 증발해버렸던 고등학교 동창 김○준 그놈이 거기 앉아 있는 거예요 저를 보자마자 당황하기는커녕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더니 대놓고 비웃더라고요 어? ○정아 오랜만이네 구면이지? 하는데 속에서부터 구역질이 치밀었어요
제 부모님은 그놈 얼굴 알아보시고 바로 얼굴이 하얗게 질리셨고 시부모님이랑 예비신랑은 영문도 모르고 어? 두 분 아는 사이세요? 물어보는데 그놈이 먼저 선수 치더라고요 네 고등학교 때 엄청 친했습니다 형수님 될 줄은 몰랐네요 하하 이러는데 친하다니요 제 돈 1억 뜯어서 해외 도박판에서 탕진하고 잠적한 놈이 무슨 낯으로 친한 척이에요
상견례 내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놈은 계속 테이블 건너편에서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은근히 압박을 주는데 미치겠더라고요 당장 그 자리에서 소리 지르고 다 까발렸어야 했을까요 시댁에서는 그놈이 해외에서 사업하다 돌아온 성실한 장남인 줄 알고 계시던데 알고 보면 제 전세금으로 신분 세탁해서 돌아온 거예요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화장실 간다고 복도로 나왔더니 그놈이 바로 따라 나오더라고요 그러더니 복도 구석에서 목소리 깔고 협박을 해요 야 너 여기서 입 잘못 놀리면 우리 예전에 같이 찍은 영상 시댁 단톡에 다 풀어버린다 조용히 가족으로 잘 지내자 제수씨? 이러는데 진짜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제 인생은 왜 매번 이렇게 꼬이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