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당황스러워서 글 쓰는 것도 힘드네요. 오늘 저녁 퇴근해서 대문 열고 들어왔는데 마당 한가운데에 광택이 번쩍거리는 흰색 외제 SUV가 떡하니 서 있는 겁니다. 저희 집에 저런 차가 있을 리가 없잖아요. 자세히 보니까 오빠가 반팔에 선글라스 끼고 보닛에 기대서 셀카 찍고 있고, 부모님은 현관 앞에 서서 우리 아들 드디어 성공했다며 박수 치고 계시더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오빠한테 이 차 뭐냐, 어디서 났냐고 물었더니 씨익 웃으면서 내 능력으로 뽑았다고 어깨를 으쓱하는 거예요. 기가 막혀서 방에 들어와 핸드폰을 봤는데 카드사에서 결제 예정 금액 문자가 와 있더군요. 제가 쓴 적도 없는 대출 이자가 찍혀 있어서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바로 은행 앱을 켜서 조회해 보니까 제 명의로 7,500만원 대출이 버젓이 실행되어 있더라고요.
그대로 거실로 뛰쳐나가 오빠 멱살이라도 잡을 듯이 이게 뭐냐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랬더니 오빠는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네 신용이 좋아서 잠깐 이름만 빌린 거라며, 어차피 내가 사업해서 다 갚을 건데 동생이 그 정도도 못 해주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더라고요. 완전 적반하장이었습니다.
더 어이가 없는 건 부모님 반응이었어요. 엄마는 제 팔을 붙잡더니 ○○아, 오빠 기 좀 살려주자. 너는 직장도 안정적이고 돈도 잘 모으잖니. 가족끼리 이런 걸로 얼굴 붉히면 밖에 욕먹는다고 하시고, 아빠는 옆에서 거들며 네 오빠가 사업 시작하는데 차가 필요했다잖니. 가족이 남이냐,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며 저를 이기적인 애로 몰아가시더라고요.
제 명의 도용해서 대출 받은 건 범죄 아니냐고, 당장 차 반납하고 대출 정리하라고 울면서 매달렸는데 오빠는 이미 명의 이전까지 다 끝났으니 안 된다며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네요. 부모님은 끝까지 가족끼리 이해하고 사랑으로 덮자는 말만 반복하시는데 제가 진짜 예민한 건가요? 이 집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