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손이 바들바들 떨려서 키보드를 제대로 못 두드리겠네요. 오늘 친오빠 결혼식이었어요. 아니, 결혼식이었어야 할 현장이 그대로 생지옥으로 변했습니다.
오빠랑 예비 새언니는 2년 연애했고, 새언니는 말 그대로 인플루언서급 외모에 말도 사근사근해서 저희 부모님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며느리라 하셨죠. 저도 고등학교 때 친한 언니처럼 잘 따랐고요. 근데 한 달 전쯤 청첩장 주소 정리 돕다가 새언니 폰에 전남친이라고 저장된 이름으로 카톡 알림이 뜨는 걸 봤어요. 다급하게 물으니까 눈물부터 글썽이며 정리할 일이 남아서 온 연락이고 자기는 오빠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또 바보같이 믿어줬습니다.
오늘 식 30분 전이었어요. 새언니 가방이랑 립스틱 챙겨주려고 신부 대기실 쪽으로 갔는데, 원래 대기실은 친구들이랑 사진작가로 북적여야 정상이잖아요. 근데 그 타이밍엔 친구들이 야외 포토존으로 우르르 나간 사이였는지 문이 10cm 정도만 열린 채 조용하더라고요. 복도 소음 사이로 안에서 끈적하고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오는 거예요.
설마 하는 마음에 문틈으로 눈만 살짝 들이댔는데 피가 거꾸로 솟더라고요. 새하얀 웨딩드레스 입은 새언니가 대기실 안쪽 소파 뒤 사각지대에서 전남친이라는 놈이랑 완전히 밀착해 있더라고요. 그냥 안은 수준이 아니라 드레스 어깨 끈은 한쪽 내려가 있고, 놈 손은 드레스 안으로 들어가 있고, 새언니는 안 된다고 작은 소리로 말하면서도 두 팔로 놈 목을 감싸고 혀 섞인 소리를 내고 있었어요. 누가 봐도 애정행각 그 자체였습니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도 정신줄 잡고 바로 폰 꺼내서 동영상부터 눌렀어요. 10초 정도 얼굴이랑 드레스, 놈 손까지 확실히 담고 나서 문을 발로 쾅 차고 들어갔습니다. 둘이 소스라치게 놀라 튕겨 나가는데, 놈은 대기실 구석 창문 옆 비상통로 쪽으로 튀려고 하고 새언니는 제 다리에 매달려 이건 마지막으로 정리하려고 만난 거라고, 딱 한 번만 살려달라고 울부짖더라고요.
바로 오빠한테 전화해 대기실로 오라고 했죠. 오빠가 문 열고 그 꼴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새언니 뺨을 올려붙였어요. 전남친 놈은 오히려 오빠한테 달려들다가 오빠 친구들한테 바닥에 눌려서 결국 직원들이 경찰까지 불렀고요. 밖 홀에서는 하객 200명이 식 시작을 기다리는데 저희 부모님은 소식 듣자마자 뒷목 잡고 주저앉으셨습니다.
식은 당연히 전면 취소됐고 양가 어른들은 예식장 로비 한복판에서 고성을 지르며 뒤엎어졌어요. 오빠는 집에 와서 방문 잠그고 한마디도 안 하고 있고, 저는 그 여자 드레스 찢어발기고 싶은 걸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어떻게 순백 드레스를 입은 채로 대기실에서 전남친이랑 그런 짓을 할 수 있죠? 생각만 해도 소름 끼쳐서 밤새 눈도 못 붙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