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진짜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거 아니냐고요. 방금 시청 민원실에 전화해서 고성 좀 지르고 끊었는데 아직도 너무 흥분해서 키보드가 제대로 안 눌려요.
우리 코코 모르시는 분 없죠? 제 자식이나 다름없는 애예요. 오늘 시청에서 관리한다는 그 중앙공원 산책로 있잖아요, 벤치 세 개 지나서 분수대 가기 전 그 깨진 보도블록 구간에서 발톱이 그대로 끼어버렸어요. 보도블록이 들떠서 틈이 손가락 하나는 들어가게 벌어져 있더라고요.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이게 정상이에요? 세금 꼬박꼬박 내는 시민이 매일 걷는 길을 이 모양으로 방치하는 게 행정이 맞나요? 이건 명백한 직무유기죠.
그래서 담당자 당장 바꾸고 시장 직접 나오라 했더니 돌아오는 답이 더 어이가 없어요. '치료비 영수증 첨부해서 제출하면 검토해보겠다' 그 한마디 딱 하고 끝이더라고요. 검토? 우리 코코가 그 틈에 끼어서 얼마나 놀랐을지, 제가 그 피 보면서 가슴이 찢어진 건 누가 보상해요? 영수증 몇 장으로 퉁칠 일이 아니잖아요.
제가 열받아서 '당신 자식이 길 가다 발이라도 찢겼어도 그렇게 말할 거냐' 했더니 옆자리 직원이 대놓고 '사람이랑 개가 같냐'고 중얼거리는 거예요. 와 수준 봐라 진짜. 요즘 시대에 개를 그냥 개로 보는 사람이 어딨어요?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존재지. 그런 마인드로 민원 응대하고 있으니 이 동네 행정 수준 알 만하죠.
더 웃긴 건 뭔지 아세요? 누가 지역 맘카페에서 작년에 이웃집 개 사고 났을 때 제가 했던 말을 캡처해서 박제해 놨더라고요. 그때랑 지금이 같아요? 작년엔 그 집 개가 산책로도 아닌 화단 안쪽 깊숙이 들어가서 생긴 일이고, 오늘 우리 코코는 지정된 보도블록 산책로 한가운데서 다친 거예요. 비교 자체가 성립이 안 되죠. 솔직히 그 집 개는 평소에도 밤낮없이 짖어대고 목줄도 제대로 안 하던 애였고, 우리 코코는 미용이며 건강검진이며 제가 돈 아끼지 않고 키우는 애예요. 급 자체가 다르잖아요.
근데 댓글마다 제가 예민하다, 유난 떤다 하더라고요. 이게 예민한 거예요? 당연한 권리를 찾는 거지. 시청 게시판에 민원 100건 채울 때까지 매일 올릴 거예요. 시장 사과문 올라올 때까지 절대 안 접어요. 제발 정상인 분들은 제 편 좀 들어주세요!
게시글이 올라온 지 몇 시간 만에 흐름은 작성자가 예상한 것과 완전히 어긋났다. 시청 민원 게시판은 작성자가 예고한 민원 100건으로 채워지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과거 갑질 행적을 고발하는 이웃들의 글로 가득 찼다. 특히 작년 화단 사고 피해 가족이 당시 작성자가 직접 붙였던 대자보 사진을 원본 그대로 공개하자 댓글 여론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역에서 이름이 알려진 세무사인 남편은 이번 일로 사무소 이미지가 크게 흔들리고 항의 전화가 쏟아지자 결국 아내에게 크게 화를 냈고 당분간 고향 집에 내려가 있으라며 자리를 피하라고 했다. 하지만 작성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세상이 자신을 질투해 몰아가는 마녀사냥이라 주장하며 변호사를 선임해 댓글을 단 사람들을 모두 문제 삼겠다고 날을 세웠다.
시청 측은 내부 검토 끝에 작성자의 민원을 과도한 권리 주장으로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고, 담당자들을 향한 폭언과 거친 발언에 대해서는 별도로 엄정하게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작 가족이라 부르며 애지중지하던 반려견 코코는 집안의 고성과 긴장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속이 불편한 증세를 보였지만, 작성자는 거울 앞에서 억울한 표정을 연출해 셀카를 찍고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글을 SNS에 올릴 궁리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