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우리 애가 10년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제 20대 전부를 같이 버틴, 말 그대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족이었어요. 지난 반년은 애 투병 때문에 제 일상이 통째로 멈춘 시간이었습니다. 자취방 바닥에 깔아둔 방석 옆에 엎드려 밤마다 애 숨소리 세면서 쪽잠 자고, 새벽마다 병원 달려가고 그렇게 버텼는데 결국 손안에서 떠나버리니까 가슴이 그냥 찢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도저히 사람 구실 할 상태가 아니라 회사에 연차 내고 자취방에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고모한테 전화가 오더니 이번 주말 친척 모임 있으니 무조건 얼굴 비추라는 겁니다. 목이 잠겨서 겨우겨우 애 보내서 도저히 못 움직이겠다고 울먹였더니 고모가 바로 언성을 높이더라고요. 집안 어른들 다 모이는데 네가 빠지면 체면이 뭐가 되냐, 떠난 짐승 하나 때문에 산 사람 무시하냐고 소리를 지르는데 그냥 전화 끊어버렸습니다.
결국 부모님이 직접 자취방 현관까지 찾아와서 제 팔을 잡아끌다시피 해서 고모네 아파트로 데려갔습니다. 거실에 큰 상 두 개 붙여놓고 친척 열댓 명이 둘러앉아 있는데 저는 제일 구석 의자에 퉁퉁 부은 얼굴로 박혀 있었죠. 삼촌이며 사촌이며 한마디씩 던지더군요. 개 하나 보냈다고 회사까지 빼냐, 요즘 애들은 왜 그렇게 유난이냐. 거기까지는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그런데 술이 좀 들어가신 고모가 제 앞까지 걸어오더니 대놓고 한마디를 꽂더라고요.
"야, 그 개 간 게 오히려 잘된 거 아니냐. 병원비로 몇천씩 퍼부었다며? 그 돈이면 네 아파트 중도금이나 보탰겠다. 겨우 짐승 하나 갔다고 유세는. 말도 못 하는 짐승을 가족이라면서 청승맞게 질질 짜고 앉아있냐."
그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 탁 끊기는 소리가 났습니다. 고모가 비웃는 얼굴로 제 앞 접시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는데,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면서 앞에 있던 상을 양손으로 밀어 엎어버렸습니다. 그릇이며 반찬이며 와르르 쏟아지고 깨지면서 갈비찜 국물이 고모 치마랑 블라우스에 그대로 튀더군요. 거실이 순식간에 얼어붙고 친척들 시선이 전부 저한테 꽂혔습니다.
아버지가 바로 제 뺨을 때리셨고 고모는 바닥에 주저앉아 저런 미친 사람이 다 있냐고 고함을 지르며 엉엉 우시더군요. 저는 신발도 제대로 안 신고 그대로 뛰쳐나와 자취방으로 도망쳤습니다. 지금은 방바닥에 앉아 애 유골함만 끌어안고 있는데 가족 단톡이랑 개인 카톡으로 난리입니다. 정신 차리라느니, 당장 고모한테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느니.
제가 진짜 너무 예민한 건가요? 10년을 가족으로 산 아이를 보내고 겪는 이 슬픔이 고모 옷에 튄 국물 자국보다 가벼운 겁니까? 다들 저를 미친 사람, 예의 없는 사람 취급하는데 억울해서 숨이 안 쉬어집니다. 그냥 다 끊고 조용히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