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인생에서 제일 행복해야 할 결혼식을 끝내고 신혼여행 캐리어 끌고 공항 가야 할 신부가 호텔방도 아니고 변호사 상담 후기 검색하고 앉아 있습니다. 진짜 비참해서 웃음도 안 나오네요.
저를 중학교 3년 내내 화장실에 가두고 머리 위로 물을 뿌리던 애가 오늘 제 결혼식 단상 위에 마이크 잡고 서서 축사를 했습니다. 하객 200명 앞에서 제 과거에 대고 축복을 읊는데 그 뻔뻔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식장이 빙글 돌더군요.
박*현이랑은 졸업 이후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연락한 적 없습니다. 그런데 제 결혼 소식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갑자기 연락 와서 울먹이며 사과하더군요. 그땐 철이 없었다고요. 마침 시댁 어른들이 그 집 아버지가 출마 준비한다는 얘기 듣고는 인맥 한번 대단하다고 칭찬하시길래, 분위기에 쓸려서 제가 먼저 축사 부탁을 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식 중간에 단상에 올라온 박*현이 마이크 잡고 활짝 웃으면서 그러더군요. 우리의 과거는 이제 다 잊고 행복하게 새출발하자고. 하객들은 우리가 무슨 15년 지기 절친인 양 박수를 치는데, 저는 그 말이 협박으로 들렸습니다. 과거 얘기 꺼내면 너만 손해라는 경고처럼요.
심지어 연회장 뷔페 뒤편 커튼 친 복도에서 사람들 피해 절 따로 불러 세우더니 귓속말로 그러더군요. 야, 최*영 기억하지? 걔 생각해서라도 좋게 가자, 축의금 두둑이 넣었다고. 최*영은 그때 일 터지고 전학 간 애인데 그 이름을 왜 거기서 꺼내는지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지금 신랑은 제가 왜 패닉에 빠졌는지 이해를 못 합니다. 오히려 친구가 바쁜데 와서 축사까지 해줬는데 왜 예민하게 구냐고 합니다. 시댁도 박*현네랑 잘 지내보라며 등을 떠미는데, 피해자인 저만 15년 전 그 화장실로 다시 끌려간 기분입니다. 세상이 온통 가해자 편 같아서 미치겠습니다. 저 어떡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