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5년째 혼자 자취하면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이번 달 말에 계약 만료라 집 내놓고 부동산 끼고 보여주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신혼집 알아본다는 예비부부가 중개인분이랑 같이 보러 왔어요.
두 분 다 첫인상은 진짜 좋아 보였어요. 여자분은 화장기 거의 없고 단아한 느낌이었고, 남자분은 키도 크고 어깨도 떡 벌어져서 어디 대기업 다니는 엘리트 같은 깔끔한 인상?
안방이랑 작은방 둘러보다가 여자분이 갑자기 배를 잡더니 화장실 좀 써도 되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수건 치워드리고 안쪽 화장실 문 열어드렸어요.
그 뒤로 거실에 저랑 남자분만 덩그러니 남았는데, 공기 너무 어색해서 제가 베란다 창 열고 뷰 좋다고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거든요. 근데 그 남자가 말도 없이 제 바로 옆까지 바짝 붙더라고요.
그러더니 목소리 완전 깔고 귓속말로 "저기, 혹시 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솔직히 제 이상형이세요" 이러는 거예요.
제가 너무 얼어서 어색하게 웃으면서 눈만 끔뻑이니까, 그 남자가 잠금 풀린 폰을 제 코앞에 들이밀면서 "빨리요, 안에 있는 사람 나오기 전에요" 하고 재촉하더라고요.
마침 안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쾅 하고 들리니까 심장이 쿵 내려앉으면서 손이 멋대로 움직였어요. 진짜 머릿속 하얘진 채로 번호를 다 찍어줬네요.
여자분이 나오자마자 그 남자는 표정 싹 바꾸더니 "여보, 집 진짜 깔끔하다. 우리 여기 하면 좋겠다" 하면서 헤헤 웃는데, 저도 겉으론 웃으면서 두 분 배웅해드렸는데 속으로는 소름이 완전 끼치더라고요.
두 분 보내고 10분도 안 돼서 바로 톡 왔어요. "오늘 집 잘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아까는 너무 정신없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 했네요. 다음에 따로 한번 뵐 수 있을까요?" 이렇게요.
이거 그냥 차단하고 없는 일로 해야 할까요, 아니면 예비신부한테 알려줘야 할까요? 솔직히 너무 무섭고 찝찝해서 손이 계속 떨려요.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