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속상하고 힘든 마음에 겨우 자판 두드려요. 저는 18개월 아들 키우는 전업주부입니다. 오늘 아침부터 몸살 기운에 머리 안이 찌릿찌릿 울리는데 아들은 7시 땡 하자마자 거실 매트 위에서 칭얼대기 시작하더라고요. 기저귀 갈고 이유식 데워 먹이고 흘린 거 닦고 싱크대에 쌓인 그릇 몇 개 설거지했더니 시계가 벌써 12시를 찍고 있었어요.
점심쯤 남편한테 카톡으로 오늘 몸도 안 좋고 집안일 하나 손도 못 댔다고 토로했더니 답이 뭔 줄 아세요? "집에서 애랑 노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드냐"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점심은 어제 남은 찌개 데워 먹으라고 했더니, 저녁에 현관문 열고 들어오자마자 거실 바닥에 흩어진 장난감, 싱크대 그대로인 거 보고는 "집 꼬라지가 이게 뭐냐, 밥상에 김치 한 접시 달랑이냐"고 고함을 지르더라고요.
너무 서러워서 "나도 사람인데 좀 쉬면 안 되냐, 이렇게 독박육아하다 쓰러지기 직전이다" 했더니 남편이 더 기가 막힌 말을 해요. "밖에서 돈 벌어오는 사람은 상전 대접 한 번 못 받아봤는데, 집에서 노는 네가 상전 노릇 하냐?"라네요. 제가 애 보는 게 노는 건가요? 하루쯤 설거지 미루고 밥 반찬 부실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그 말 듣고 더는 못 살 것 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제가 무슨 큰 걸 바란 것도 아니고 그냥 "고생한다" 한마디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아까운지. 지금 애 안고 안방 문 닫고 들어가서 엉엉 울고 있어요. 제가 진짜 예민하게 구는 건가요?
며칠 뒤 남편이 제 휴대전화를 몰래 확인하고 맘카페에 쓴 글과 부계정으로 한 명품 대행 결제 내역을 모두 알게 됐어요. 아파서 아무것도 못 했다던 그날 백화점에서 카드 결제 알림이 울렸던 걸 캡처해 보여주며 추궁하더라고요. 사실 그날은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세워둔 채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며 매장을 돌아다녔었거든요.
남편은 제가 따로 모아둔 비상금 통장 내역과 리볼빙으로 밀린 카드값 명세까지 뽑아 들고 와서는 거실에서 목소리를 높였어요. 힘들다면서 쇼핑할 힘은 어디서 나냐, 아이 돌보기는 소홀히 하면서 명품 생각만 할 거면 당장 짐 싸서 나가라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아무 변명도 꺼내지 못하고 입만 다물고 있었어요.
이 일은 결국 친정에도 전해졌는데 부모님은 이미 저와 거리를 둔 상태라 남편 편만 들더라고요. 지금 남편은 이혼까지 고민하는 눈치고 저는 여전히 제가 뭘 그리 크게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주변 사람들은 다 하나씩 명품 가방 들고 다니는데 저만 이렇게 초라하게 살아야 하냐는 생각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