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재판이 끝났습니다. 판사님이 이혼 도장 찍는 소리 듣자마자 1층 현관문을 밀고 나왔는데 3년이라는 시간이 그냥 허무하게 스치더군요. 형식적으로 마지막 인사 나누고 각자 돌아서는 길, 근데 촉이 딱 왔어요. 저 인간 절대 바로 집에 갈 놈이 아니라는 예감이요. 그래서 발길이 저절로 우리가 연애 때 100일, 1주년마다 가던 그 일식당 쪽으로 꺾이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식당 앞 노상 주차장 가장 안쪽, 간판 바로 아래에 그 익숙한 차가 떡하니 서 있더라고요.
심장이 쿵쾅대서 차 시동도 안 끈 채 조수석 창문 살짝 내려놓고 숨죽여 지켜봤죠. 10분쯤 지났을까, 상간녀 이○○가 풀메에 원피스 휘날리며 식당 유리문을 열고 나오더니 이제는 남남이 된 그 인간이랑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는 깔깔대면서 안으로 들어가더군요. 억장이 무너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저는 3년을 가정을 지키겠다고 이를 악물고 버텼는데 저들은 이미 다음 챕터를 축하할 준비를 끝내놓은 거였죠. 도저히 그냥 못 가겠어서 마스크 끝까지 올려쓰고 고개 숙인 채 식당 안 구석 2인 테이블에 몰래 앉았습니다. 직원이 웃으면서 홀 가운데로 케이크를 들고 나오는 게 바로 보이더군요.
흰 생크림 케이크 위에 빨간 글씨로 '드디어 솔로! 축하해' 딱 적혀 있었고 둘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커플인 양 서로에게 케이크 떠서 입에 넣어주며 사진을 찍어대더군요. 그러다 상간녀가 케이크 칼을 잡고 활짝 웃으면서 하는 말이 똑똑히 들렸어요. '이제 진짜 우리 세상이다, 그치?' 귓가를 때리는 소리에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뻔뻔할 수가 있죠? 저랑 살면서 저지른 짓이 얼만데 피해자인 저를 코앞에서 비웃는 저 파티가 말이 됩니까. 그 자리에서 테이블을 엎어버리고 싶었지만 아직 정리할 서류가 남아 있어 이를 악물고 사진 몇 장 겨우 찍고 뛰쳐나왔습니다.
차에 돌아와서는 한참을 핸들 잡은 채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저런 인간들을 믿고 3년을 버텨온 제가 한심하고 억울해서 밥 한 숟가락도 못 넘기겠더군요. 저는 지금도 속이 뒤집혀 잠도 못 자는데 저들은 아마 지금도 웃으면서 술잔 부딪히고 있겠죠. 여러분, 이 억울함을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법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 저 두 사람 인생도 저처럼 망가지는 걸 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정말 하늘이 있다면 저런 뻔뻔함에 벌이라도 내려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