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너무 당황해서 키보드가 안 잡히네요. 오늘 아침 8시쯤 화장대 앞에서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울리더라고요. 받자마자 남자 목소리로 제 풀네임을 부르면서 욕부터 퍼붓는 겁니다. 처음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끊으려는데 제 주민번호 뒷자리랑 다니는 회사 부서명까지 또박또박 맞추는데 등에서 식은땀이 쫙 흐르더라고요.
당장 오늘까지 천만 원 안 넣으면 회사로 찾아와서 망신 주겠다는데 머리가 하얘져서 서랍에 넣어둔 서류들을 다 뒤졌어요. 세상에, 친정엄마가 제 신분증 사본으로 사채를 끌어다 쓴 거였습니다. 제가 작년에 엄마 카드값 천이백 갚아주면서 다시는 손 벌리지 않겠다고 각서까지 받아놨는데, 그 손으로 제 명의를 도용한 겁니다. 어떻게 딸한테 이럴 수가 있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울면서 전화해 따지니까 돌아오는 말이 더 가관이에요. "내가 너 낳느라 몸 버린 게 얼만데 그깟 돈 몇 푼 가지고 에미한테 소리를 질러?"라면서요. 억울하면 호적 파고 나가라, 너 같은 자식 필요 없으니 당장 꺼지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귀를 의심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돈으로 엄마는 연하 남자 만나 명품 가방 사주고 호텔 뷔페 다니며 다 쓴 거더라고요. 저는 할부 이자 아까워서 갖고 싶던 카메라도 장바구니에만 담아두고 못 샀는데 너무 허탈합니다. 사채 쪽에선 하루 종일 협박 문자가 오고 엄마는 집안을 다 뒤집어엎겠다고 난리예요. 저 이제 정말 경찰서 가서 신고하고 인연 끊는 게 맞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