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디 털어놓을 데가 없어서 결국 여기다 씁니다. 밤마다 작은 방 책상 앞에 앉아 가계부 앱만 들여다보다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기분이라 도저히 잠이 안 옵니다. 제가 예민해서 그러는 건지 세상이 이상한 건지 솔직한 얘기 듣고 싶어요.
저희 남편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진짜 성실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어요. 야근하고 와도 설거지 도와주고 그런 사람이었는데, 딱 한 달 전 로또 1등에 당첨됐습니다. 세금 떼고 25억이 통장에 찍히는 알림 뜨는 순간부터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때부터 눈빛부터가 달라지더라고요. 소름 끼칠 정도로요.
사실 그 번호 친정 아빠가 길몽 꿨다고 메모지에 꾹꾹 눌러써서 건네준 거예요. 남편이 퇴근길에 편의점 들러 그 종이 그대로 긁어 산 거고요. 당첨 확인하고는 둘이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끌어안고 엉엉 울었어요. 남편은 다음 날 아침 은행 문 열자마자 사업 실패 때 진 빚 5억을 단번에 갚아버렸습니다. 저도 그때는 진심으로 축하했어요. 이제 고생 끝인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사흘 전이에요. 병원 복도에서 엄마가 울먹이며 전화가 왔어요. 아빠가 투석 후 경과가 급격히 나빠져서 당장 수술해야 한대요. 수술비에 입원 치료비까지 합치면 3천만 원 정도가 필요하대요. 친정 형편은 원래 빠듯하고, 제 통장에 있는 돈은 경리로 일하며 겨우 모은 1,500만 원이 전부예요.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저녁에 남편이 소파에 앉아 있을 때 조심스럽게 꺼냈어요.
남편 반응이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코웃음 치더니 '3천이 애 이름이냐? 처가에 한 번 주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 네 부모 일은 네가 알아서 해. 내 돈에 빨대 꽂을 생각 꿈도 꾸지 마' 하고 칼같이 잘라 말하더군요. 안방 공기까지 얼어붙는 느낌이었어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당신 빚 5억은 우리 돈으로 바로 갚았으면서 이건 아빠가 준 번호로 된 돈 아니냐고 따졌죠. 그랬더니 남편이 벌떡 일어나더니 손바닥을 들어 때릴 것처럼 휘두르면서 소리를 질러대더라고요. 자기가 직접 사 온 거니까 자기 돈이고 번호는 그냥 참고일 뿐, 운 좋은 건 자기라나요. 그러면서 또 그런 식으로 구질구질하게 굴면 너도 친정으로 가라, 이혼 서류 들이밀면 끝이다 이런 말까지 하더군요.
그날 저녁이 더 기가 막혔습니다. 남편은 동호회 사람 네 명 데리고 1인당 수십만 원 하는 코스 요리집 가서 300만 원을 카드로 긁고 왔더라고요. 집에 와서는 새로 산 비싼 시계 차고 거울 앞에서 사진 찍어 단톡에 자랑하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 보는데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어서 손이 떨렸어요.
돈 한 번 들어왔다고 사람이 이렇게 괴물이 될 수 있나요. 그 25억 뒤에 숨어서 아픈 어른 치료비 3천을 낭비 취급하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앞이 캄캄합니다. 이런 남편이랑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답답해서 미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