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일 식 올리는 29살 예비신부입니다. 지금 웨딩홀 바로 옆 호텔에서 식 전날 묵고 있는데 한숨도 못 자고 손이 떨려서 키보드도 제대로 못 누르겠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인생 정점인 줄 알았는데 하룻밤 사이에 그냥 지옥에 떨어졌습니다.
저는 시중은행 창구에서 일하고 예비신랑은 한 살 많은 사업하는 오빠예요. 만난 지 1년 만에 결혼 전제로 연애했고 내일이 그 결실이었죠. 주변에서 다들 부러워했어요. 오빠가 진짜 물 쓰듯 하거든요. 프로포즈할 때 수천만 원짜리 가방이랑 시계는 기본이고 제 명의로 외제 세단까지 뽑아줬어요. 친구들은 너 팔자 폈다며 배 아파하면서도 축하해줬고 저는 그 시선이 너무 좋았습니다.
당연히 사업 잘 되는 줄만 알았죠. 제가 은행 창구에 앉아 있으면서도 오빠 통장이나 신용 같은 건 한 번도 안 봤어요. 제 연봉보다 오빠가 벌어오는 게 훨씬 커 보이니까 오빠가 알아서 하겠지, 날 사랑하니까 해주는 거지 하고 그냥 넘겼어요. 그런데 몇 시간 전 호텔방 침대 앞에 캐리어랑 드레스 걸어둔 그 좁은 공간에서 오빠가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더라고요.
또 이벤트인 줄 알고 웃었는데 오빠가 얼굴을 묻고 엉엉 울면서 터뜨리더군요. 빚이 5억이 있다고요. 절반은 사업 돌리다 생긴 거고 나머지 절반은 제 가방, 시계, 예물, 예식 비용으로 쓴 카드값이래요. 제 명의로 된 그 차도 제 차가 아니라 리스였고 벌써 몇 달째 밀렸대요. 그러면서 다음 달부터는 제가 은행 대출 받아서 같이 막자고, 제 직장이면 금리도 싸게 잘 나올 거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 머리가 띵 했습니다. 이 사람이 내가 알던 오빠가 맞나 싶어서요.
내일이면 수백 명이 식장에 앉아 있을 텐데 제가 지금 파혼을 외치면 뭐가 되나요. 그렇다고 오빠 말대로 부부니까 같이 갚자고 들어가면 제 인생이 통째로 5억짜리 족쇄를 차는 거잖아요. 숨이 턱 막히고 머리가 하얘요. 명품 가방 하나 들었다고 5억 빚을 같이 짊어지는 게 맞나요, 대체 이게 사랑이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