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외국계 전략 컨설팅 펌에서 시니어 어드바이저로 일하는 29살 여자입니다. 오늘 여기 글 쓰는 이유 딱 하나예요, 제 완벽했던 커리어에 먹칠을 한 친아빠 때문입니다. 아침부터 분노가 치밀어서 밤새 한숨도 못 잤습니다.
전 지금까지 이 자리까지 온 게 100% 제 머리와 악착같은 노력 덕분이라 믿고 살았습니다. 동기들이 술 마시고 놀 때 저는 새벽까지 리서치 보고서 쓰고 프로젝트 하나 따내려고 발로 뛰었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 2층 서재 벽면 금고 옆 바닥에 떨어진 낡은 장부 하나를 우연히 주웠어요. 먼지 쌓인 가죽 표지를 넘기자마자 제 이름 옆에 찍힌 수억 단위 금액이랑 당시 인사팀장, 최종 면접관들 실명이 빼곡히 적힌 메모가 눈에 박혔습니다.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쳤어요.
알고 보니 대학 입학부터 해외 인턴, 그리고 지금 다니는 이 회사 최종 합격까지 전부 아빠가 뒤에서 돈을 뿌려서 만든 결과더라고요. 제가 최종 면접에서 만점 받고 면접관들이 제 통찰력에 감탄했다며 우쭐했던 것도 전부 아빠가 미리 손써둔 연극이었습니다. 저는 제 실력으로 당당히 앉은 자리라 자부했는데, 알고 보니 돈으로 깔아둔 방석에 앉아 있었던 겁니다.
더 어이없는 건 아빠 태도예요. 따지니까 “다 너 잘되라고 한 일인데 뭘 그러냐, 네 실력만으론 불안해서 안전장치 해둔 것뿐이다” 이러더군요. 제 실력을 못 믿어서 제 커리어를 낙하산 비리로 더럽혀놓고도 고마워하라는 식이에요. 제가 몇 년간 쌓은 평판이랑 자수성가 이미지가 아빠 때문에 한순간에 무너질 판인데, 오히려 제가 예민한 사람 취급을 하니 기가 막힙니다.
솔직히 그 돈 안 썼어도 저는 충분히 붙었을 거예요. 근데 왜 굳이 나서서 제 인생에 이런 치명적인 흠집을 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주변 동기들은 다 제가 실력으로 올라온 줄 알고 우러러보는데, 이 사실이 밖으로 새면 제 체면이 뭐가 되겠어요? 커리어를 도둑맞은 기분이라 아빠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제가 아빠를 용서해야 할까요, 아니면 절 못 믿고 이런 짓을 한 아빠한테 끝까지 화를 내는 게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