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어 여기에라도 토해봅니다. 결혼 5년차 34세 계약직 직장인입니다. 남편 자영업 빚 메꾸느라 제 월급 250만원이 통째로 빠져나가고, 퇴근하면 62세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집에서 거실-부엌-안방을 오가며 설거지, 청소, 빨래까지 제가 다 합니다. 그냥 공짜 가사도우미 신세죠. 가계부 맞춰가며 남는 몇 만원 쥐어짜서 OTT 결제한 게 유일한 숨구멍이에요.
유일한 낙이 딱 하나 있습니다. 밤 11시 넘어 설거지 다 끝내고 불 끈 거실 소파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이어폰 꽂고 드라마 한 편 보는 거요. 그 한 시간만은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잠깐 도망친 기분이라 숨이 트이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 사고가 터졌습니다. 집안의 자랑이라는 39세 전문직 시누이가 유부남이랑 호텔 들어가는 걸 제 남편이 직접 목격한 겁니다.
당연히 집안이 뒤집어질 줄 알았죠? 근데 시어머니 반응이 진짜 가관입니다. 눈물 뚝뚝 흘리면서 그러더군요. 우리 딸이 얼마나 힘들었겠니, 시댁 눈치 보고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숨도 못 쉬고 살았는데 오죽하면 저런 데서 숨구멍을 찾았겠냐,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들 난리냐고요. 대놓고 감싸더라고요. 남편도 옆에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맞아, 누나도 사람인데 그럴 수 있지 하고 맞장구를 칩니다.
기가 막혀서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어머니 그래도 가정 있는 사람이 그러는 건 선 넘은 거 아닌가요 라고요. 그랬더니 남편이 눈 뒤집혀서 저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군요. 너는 남의 집 일에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 너나 잘해. 밤마다 불 끄고 드라마 보면서 눈 시뻘게져서 넋 나간 꼴 보면 진짜 한심해 죽겠다, 그게 시간 낭비지 누나랑 너랑 같냐고요.
시어머니는 더 합니다. 네가 티비 앞에서 시간 죽이는 거랑 우리 딸이 외로움 달래며 자기 삶을 찾는 게 같냐, 한 명은 건설적으로 사는 거고 너는 그냥 게으르게 소파에 눌어붙어 있는 거 아니냐며 저를 벌레 보듯 깔보더군요. 제가 드라마 보는 게 시누이 외도보다 더 한심한 짓인가요? 남편 빚 갚아주고 시어머니 비위 맞춰가며 사는 저는 숨구멍조차 허락이 안 되는 건가요. 손이 덜덜 떨려서 밤새 한숨도 못 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