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은 지 딱 6일째였어요. 몸은 짓이겨진 것처럼 무겁고 호르몬 때문에 조리원 천장 얼룩만 봐도 눈물부터 나는 시기였죠. 그 예민한 타이밍에 시어머니가 면회 오셨어요. 남편이 생수 사러 1층 편의점 내려간 그 3분 틈을 노린 것처럼요.
어머니는 제 침대 옆 협탁에 앉더니 기저귀 가방 제일 안쪽 지퍼를 열고 A4 반만한 흰 봉투를 꺼내 제 베개 옆에 툭 놓더라고요. 입꼬리는 웃고 있는데 눈은 하나도 안 웃는 그 미소로 말했어요. '우리 집안 피 확인 좀 해봤다. 요즘 세상이 흉흉하잖니. 너도 억울할 건 없지? 나도 확신이 있어야 이 아이를 내 손주로 안아줄 거 아니냐?'
봉투 안에는 남편이랑 아이 이름이 나란히 찍힌 유전자 검사 결과지가 들어있었어요. 맨 아래 '친자 일치 확률 99.999%' 도장까지 선명하게요. 언제 머리카락을 뽑아갔는지, 탯줄 피를 몰래 챙겼는지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서 온몸에 소름이 다 돋더라고요.
제가 얼어붙어 아무 말도 못 하니까 어머니는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듯 작게 웃으시더군요. '다행히 맞네. 아니었으면 우리 아들 인생이 어찌 됐을까. 이건 우리 둘만 아는 비밀로 하자. 괜히 아들한테 말해서 집안 시끄럽게 만들지 말고.'
복도에서 남편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어머니는 제 손에 들린 봉투를 낚아채 다시 가방 깊숙이 쑤셔 넣으셨어요.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제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우리 며느리 고생이 많네' 하시는데, 그 미지근한 손 온기가 닿는 순간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그 봉투랑 그 웃음을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며칠째 잠을 못 자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