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치겠어요. 지금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속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글 씁니다. 1월에 유난히 바람 매섭던 그 목요일 저녁에 터진 일이에요.
퇴근해서 현관 도어락 찍고 들어오는데 집 안은 어둡고 안방에서만 시어머니 깔깔대는 웃음소리랑 누군가랑 떠드는 소리가 새어 나오더라고요. 원래도 연락 없이 불쑥 오시는 분이라 또 오셨나 했는데 톤이 이상했어요. 혼잣말이 아니라 시청자랑 대화하는 것처럼 리액션이 크더라고요. 이상해서 가방도 안 내려놓고 안방 문을 살짝 밀었는데 눈앞이 하얘졌습니다.
어머니가 제 화장대 거울 앞에 핸드폰을 삼각대에 고정해두고 링라이트까지 켜놓고 라이브 방송 중이시더라고요. 그것도 그냥 잡담이 아니라 제 침대 옆 협탁 서랍 제일 안쪽, 양말 더미 밑에 숨겨둔 분홍색 비밀 일기장을 활짝 펼쳐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읽고 계셨어요.
"자, 여러분 이것 좀 보세요! 우리 며느리라는 애가 제 진주 목걸이 훔쳐서 팔아놓고 잃어버렸다고 시치미 뗀 게 여기 다 적혀 있네요? 세상에나. 이게 끝이 아니에요. 지난주 14일에는 '그 사람'이랑 모텔 가서 힐링하고 왔다고 써놨어요!"
어머니가 신나게 낭독하던 페이지가 하필 제일 치명적인 부분이었어요. 시어머니 목걸이 몰래 팔아서 명품백 산 거랑, 남편 모르게 만나던 연하남이랑 있었던 일을 날짜별로 적어둔 은밀한 기록까지 전부요. 실시간 채팅창은 '헐 대박', '교직원이 절도에 외도까지?', '어머님 힘내세요' 이런 댓글이 미친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어요.
제가 소리 지르면서 달려가 핸드폰을 뺏으려고 손을 뻗었거든요? 그랬더니 어머니가 제 얼굴을 빤히 보면서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그러시더라고요. "보셨죠 여러분? 지금 제 아들 인생 망친 이 불여우 같은 년이 저를 때리려고 합니다! 다들 증거 확보하세요!"
순식간에 시청자 수가 1만을 넘기더니 저는 전국 생중계로 '도둑 며느리'에 '외도녀'로 낙인찍혔습니다. 울면서 남편한테 전화했더니 이미 방송 다 봤다면서 목소리가 얼음장이더라고요. "어머니 화 풀릴 때까지 기다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저 진짜 이렇게 인생 끝난 건가요? 1월 그날의 차가운 공기가 아직도 뼈 속에 박힌 것처럼 시려요. 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