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폰에서 요가 강사랑 나눈 카톡이랑 사진들 증거로 딱 잡았을 때 머리끝이 하얘지면서 숨이 안 쉬어지더라고요. 근데 더 기가 막힌 건 그 다음 태도였어요. 무릎 꿇고 빌어도 모자랄 놈이 소파에 깊게 기대앉아서는 그 여자는 전생부터 정해진 운명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하더군요. 그러면서 저는 사회적 의무일 뿐이니까 가정 깨지 말고 아내 본분이나 지키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데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습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도저히 집에 못 있겠어서 애 9시에 재우고 남편한테 친구 만나러 간다고 문자까지 남기고 나갔어요. 단지 앞 카페 2층 창가 자리에서 친한 친구 ** 불러내 두 시간 동안 울면서 하소연하는데 11시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더군요. 경찰이었습니다. 제가 가출 신고가 되어 있으니 현재 위치가 어디냐고 묻는데 머릿속이 새하얘졌어요.
허겁지겁 집으로 뛰어 들어오니 현관부터 공기가 얼어붙어 있었어요. 거실 소파엔 양가 부모님이 굳은 얼굴로 앉아 계시고 제복 입은 경찰 두 분이 서 계시는데 남편은 태연하게 아내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서 아이 버리고 나갔다, 연락이 안 돼 신변이 걱정돼 신고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보낸 카톡은 읽지도 않은 채로요. 결국 경찰 앞에서 친구랑 나눈 대화, 카페 카드 결제 내역까지 다 꺼내 보이며 취조당하듯 해명해야 했습니다.
제일 피가 거꾸로 솟은 건 친정 부모님 반응이었어요. 사위가 오죽 걱정했으면 경찰까지 불렀겠냐, 늦은 밤에 애 두고 나다니니 그런 오해를 사는 거라며 오히려 저만 나무라시더군요. 남편은 옆에서 안도한 척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연기하는데 그 순간 발밑이 꺼지는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