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식 올린 신부입니다 지금 신혼여행 가려고 공항 대기석에 앉아 있다가 글 올립니다 진짜 눈앞이 다 흐릿해요
어제 본식 30분 전 신부대기실이었어요 1층 홀 끝쪽에 거울 세 면짜리 방이고 가운데 하얀 소파, 그 팔걸이에 제 가방 올려둔 상태였죠 친구들이 하나둘 들어와서 봉투 건네고 사진 찍느라 정신없을 때 친한 애들 두 명이 제 옆에 딱 붙어서 가방 지키는 가방순이 해주고 있었어요
그때 시어머니가 친구들이 잠깐 화장실 간 틈을 노려서 소파 쪽으로 스윽 다가오시더라고요 처음엔 뭐 가방 정리해주시나 했죠 근데 제가 거울 보고 립 고치는 사이 시선이 가방으로 꽂히더니 두툼한 봉투 두세 개를 집어서 코트 소매 안쪽이랑 들고 있던 명품백 지퍼 열고 쑤셔 넣는 걸 제 눈으로 선명하게 봤습니다 손놀림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너무 당황해서 어머니 지금 뭐 하세요 소리가 목까지 차올랐는데 바로 밖에서 사회자 멘트 나오고 하객들 줄줄이 대기실 문 열고 들어오는 통에 입이 얼어붙었습니다 그때 제 옆에서 사진 찍어주던 슬기가 핸드폰으로 그 장면 그대로 동영상으로 찍고 있었던 거예요
본식 내내 머릿속이 백지였어요 시어머니는 홀 입구에서 하객들 손 잡고 세상 환하게 웃고 계시는데 그 웃는 얼굴 볼 때마다 속이 뒤집혀서 토할 것 같더라고요 정산할 때 보니까 역시나 제 친구들이 냈다던 봉투 세 개가 통째로 비어 있더군요 슬기 말로는 하나에 최소 50은 넘게 든 두툼한 것들이었다고 합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비행기 탑승 직전에 남편한테 슬기 영상을 그대로 틀어줬어요 남편은 한참을 멍하니 보더니 엄마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네 친구들이 오해한 거 아니냐며 오히려 저를 예민하다고 몰아가더라고요 돈이 궁한 분도 아닌데 정리 도와주시려던 거겠지 이러면서 끝까지 시어머니 편만 듭니다
영상 증거에 제 눈까지 있는데도 저렇게 무시하네요 예단으로 2천 드렸고 신혼집도 제가 훨씬 더 보탰는데 고작 축의금 몇 푼에 양심 팔아버리는 시어머니랑 그걸 감싸는 남편 보니까 이 결혼 계속 끌고 가야 하나 앞이 캄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