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가 원룸에서 자취 중인 23살 대학생이에요.
지금 손이 덜덜 떨리고 머릿속이 하얘져서 여기라도 안 쓰면 돌아버릴 것 같아 글 올려요. 제가 유난 떠는 건지 걔네가 선을 넘은 건지 제발 객관적으로 봐주세요.
원래 부탁을 진짜 못 거절해서 과에서 ‘천사’ 소리 듣는 거 알면서도 계속 호구 짓을 해왔어요. 이번엔 같은 과 CC인 A**언니랑 B**오빠가 자격증 시험 앞두고 집은 멀고 카페 돈은 아깝다면서 제 원룸 도어락 비번 좀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도서관은 시끄러워서 공부가 안 된다, 본가 간 주말 딱 이틀만 조용히 책만 보고 나가겠다, 청소까지 해놓겠다길래 미안한 마음에 결국 알려줬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제일 멍청했죠.
일요일 저녁 본가에서 기차 타고 와서 현관문 열자마자 퀴퀴하고 비릿한 냄새가 훅 끼쳤어요. 창가 쪽에 붙여둔 제 침대, 알바비 몇 달 모아서 할부로 산 화이트 침구 세트가 완전 난장판이더라고요.
시트 정중앙에 하얗게 굳은 자국에 축축한 얼룩까지 겹쳐 있고 베개 커버는 파운데이션 같은 걸로 얼룩덜룩했고요. 더 기가 막힌 건 분리수거하려고 쓰레기통 봤더니 사용한 콘돔 포장지가 그냥 대놓고 처박혀 있었어요. 남의 침대에서 뭐 한 건지 그리기만 해도 속이 뒤집혀요.
바로 과 단톡에 올리기 전에 개인톡으로 따졌더니 더 어이가 없더라고요. ‘공부하다 분위기 타서 그럴 수도 있지 왜 사생활을 간섭하냐’, ‘너 혹시 우리 관계 훔쳐보고 흥분하는 취향이냐’면서 오히려 저를 변태로 몰더라고요.
사과 한마디 없는 대신 현관 손잡이에 쇼핑백 걸어놨다길래 봤더니 편의점 천 원짜리 젤리 한 봉지 달랑이랑 ‘미안, 이거 먹고 풀어’ 쪽지 하나 끝이더라고요.
제 돈 주고 꾸민 제 공간이 이렇게 더럽혀졌는데 걔네는 지금도 커플 프사로 척 붙어 다니면서 아무 일 없다는 듯 학교 다니고 있어요. 이거 세탁비랑 방 쓴 값이라도 제대로 청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그냥 또 호구처럼 넘어가야 하나요? 진짜 숨이 막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