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키보드 잡았습니다. 1년 넘게 손수 가르치던 고2 녀석이 제 노트북을 해킹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냥 배신감이 아니라 인간 자체가 혐오스러워지더라고요.
그 노트북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아세요? 수년간 대치동 바닥에서 발로 뛰며 인맥 갈아 넣어서 모은 기밀 족보들입니다. 그냥 기출 몇 개 모아둔 게 아니라 학교 내부 가안이랑 95% 싱크로율로 적중하는, 돈 주고도 못 구하는 핵심 자료들이에요. 근데 그걸 원격제어 프로그램 몰래 깔아놓고 폴더째로 긁어갔더라고요. 제 오피스텔 책상 위에 항상 열어두던 노트북이 그대로 통로가 된 거죠.
어젯밤에 스터디룸으로 따로 불러서 따졌더니 처음엔 끝까지 잡아떼더군요. 그래서 접속 로그랑 IP 기록을 화면에 띄워주니까 그제야 비웃듯이 태도가 돌변합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커녕 “선생님 이 자료들 출처가 어디신데요?” 하면서 오히려 저를 심문하는데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심지어 “여기 선생님이 우리 아빠한테 받은 자료들도 다 있네요? 신고하시면 아빠랑 선생님 같이 조사받으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라며 대놓고 협박을 하더군요. 그 애 아빠가 제 핵심 정보원이자 학교 관계자인 건 맞습니다. 근데 자기 친아빠 인생까지 담보로 저를 협박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당연히 이 영악한 놈은 경찰에 넘겨서 뿌리를 뽑아야죠. 근데 신고하는 순간 제 10년 커리어랑 쌓아온 인맥 리스트가 한 번에 박살 날 판이라 미치겠습니다. 제가 무슨 흉악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자본주의에서 정보 선점한 게 죄입니까? 해킹 협박범은 따로 있는데 제 발목만 잡혀서 억울해 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