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 너무 당황스러워 키보드도 제대로 못 잡고 있는 23살 대학생입니다.
저희 과에 유명한 복학생 선배가 한 명 있어요. 군대를 늦게 다녀와서 저보다 나이도 학번도 꽤 높은데, 키 크고 얼굴은 연예인처럼 생겼고 목소리까지 저음이라 여학생들 사이에서 완전 로망이었죠. 옷도 깔끔하게 입고 매너도 좋아서 누가 봐도 훈남이었어요.
그런 선배가 먼저 저한테 호감 표시했을 때 진짜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어요. 선배는 부모님이 지방에 계셔서 학교 앞 원룸에서 자취 중이라고 했고, 마침 제 자취방 계약이 끝나서 갈 곳 없다고 하니까 자기 집에 들어와 같이 살자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같이 살면서 선배는 제 보증금 300만원을 자기 월세랑 생활비에 보태 쓰자고 했어요. 나중에 두 배로 갚아줄 테니 지금은 같이 고생하자면서요. 사랑에 빠져 있던 저는 알바해서 모은 돈에 카드 할부까지 긁어가며 선배 시계며 패딩이며 다 사줬어요.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으니까요.
한 달 전부터 선배가 수상해졌어요. 매주 주말만 되면 본가에 부모님 일 도와드려야 한다며 금요일 저녁에 짐 챙겨 나가서 일요일 밤 늦게 들어오고, 밤 10시만 넘으면 전화는 절대 안 받고 카톡도 부모님이 핸드폰 싫어하신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만 댔어요. 그러다 며칠 전 선배가 욕실에 들어간 사이 탁자 위에 둔 핸드폰 잠금화면에 아빠 보고 싶어라는 카톡이랑 애 둘 웃는 사진이 크게 뜨더라고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는데도 저는 조카겠지, 형한테 애가 있나 보다 하고 애써 넘겼어요. 그런데 다음날 선배 지갑에서 사진 한 장이 툭 떨어졌는데, 선배랑 어떤 여자랑 애 둘 이렇게 네 명이 찍은 가족사진이었고 뒤에 우리가족 영원히 사랑해라고 선배 글씨로 적혀 있더라고요.
어제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받자마자 자기가 선배 와이프라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학교 근처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줄 알았는데 어린 여자랑 살림 차렸냐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데 머리가 하얘졌어요. 선배는 지금도 오해다, 전부 설명하겠다면서 붙잡는데 저는 보증금이랑 카드값은 어떡하고 상간 소송은 당하는 건지 너무 무서워요. 제가 예민한 게 아니라 선배가 진짜 나쁜 놈 맞죠? 억울해서 잠도 안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