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이라 다들 신경 곤두선 건 아는데 이건 진짜 선 넘은 짓이라 아직도 너무 황당하네요.
저는 원래 개관 10분 전부터 1층 자동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6시 땡 하면 4층 열람실 창가 맨 끝자리 있죠, 콘센트 바로 옆 명당 그 자리를 매일 선점해요. 거기가 햇빛도 안 들고 조용해서 제 전용석처럼 쓰고 있는데, 그 정도 부지런 떨면 당연히 권리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늘도 아침에 책이랑 아이패드, 필통까지 깔끔하게 세팅해두고 점심 먹으면서 커피 한 잔 하려고 잠깐 나왔다니까요? 규정상 식사 시간 정도는 비워둬도 되는 거잖아요. 근데 카페에서 친구도 만나고 좀 쉬다 보니 한 6시간쯤? 솔직히 좀 길긴 했는데 어쨌든 저녁 6시 넘어서 돌아와 보니까 제 자리 상태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제 전공서적 펼쳐진 페이지랑 아이패드 액정 위에 누가 마시다 남은 미지근한 믹스커피 종이컵을 그대로 뒤집어 엎어놨고, 거기서 흘러내린 갈색 국물이 책을 다 적신 데다가, 입 벌려 쓴 마스크랑 콧물 범벅 휴지까지 뭉쳐서 탑처럼 쌓아놨더라고요. 냄새까지 진동하는데 토할 뻔했어요 진짜.
바로 자치위원회 불러서 같이 4층 복도 CCTV 돌려봤는데, 회색 후드티 모자 푹 눌러쓴 여자가 제 자리 앞 복도를 두어 번 서성이다가, 슬쩍 주변 눈치 보고 자기 가방이랑 주머니에서 쓰레기를 꺼내더니 제 책 위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올려놓고 유유히 가는 게 그대로 찍혔더라고요. 이건 그냥 장난이 아니라 고의 보복이잖아요.
그 여자가 열람실 맨 안쪽 구석 자리에서 황급히 짐 싸서 출입 게이트 쪽으로 도망가길래 제가 입구 턴스타일 앞에서 딱 막아 세웠어요. 그랬더니 적반하장도 정도가 있지, 자기는 아침부터 스터디 플래너 들고 그 자리 앉으려고 30분 넘게 기다렸는데 가방만 덩그러니 있고 사람은 코빼기도 안 보여서 열받았다는 거예요. 자리 문제면 자치위원회에 신고하면 될 일이지, 남의 비싼 책이랑 기기에 오물을 투척하는 게 정상인 사람이 할 짓입니까?
제가 어이가 없어서 미개하다고 한마디 했더니 오히려 눈 부릅뜨고 자기 학번이랑 이름 대면서 맘대로 고소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진짜 미친년 다 됐더라고요. 이거 재물손괴랑 업무방해로 신고 가능한 거죠? 충격받아서 글자 하나도 안 들어오고 시험 망칠 것 같아요.
결국 자치위원회에 CCTV 영상과 함께 정식으로 신고를 마쳤고 그 여자는 열람실 1개월 출입 금지 징계를 받았다. 갈색 커피 국물에 젖은 전공서적 세탁비와 태블릿 정밀 점검 비용을 물어내라고 요구했지만 끝까지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버텨서 지금은 부모님 도움을 받아 민사 절차까지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다. 증거가 명확한데도 사과 한마디 없이 적반하장 태도로 일관해서 더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자치위원회에서는 나에게도 상습적인 자리 독점과 장시간 이탈로 도서관 이용 수칙을 위반했다며 1주일 이용 정지 주의를 줬다. 매일 새벽부터 1층 자동문 앞에서 기다려 4층 창가 콘센트 명당을 선점하려고 고생해 얻은 정당한 자리인데 단지 6시간 정도 비웠다는 이유만으로 문제 일으킨 사람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게 말이 되는지 억울해서 잠이 안 온다. 내가 부지런해서 얻은 권리를 왜 부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 여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에브리타임에 내가 먼저 심한 욕을 퍼부었다는 식으로 완전히 거짓 글을 올렸는데 다행히 당시 턴스타일 앞에서 나눈 대화를 녹음해 둔 파일이 있어 조목조목 반박 글을 올리자 여론이 완전히 뒤집히고 그쪽이 뭇매를 맞았다. 이번 일로 그냥 넘길 생각이 아니라 끝까지 추적해서 인생이 실전이라는 걸 뼛속까지 새겨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