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26학번으로 들어온 새내기예요. 개강도 하기 전에 벌써 기가 다 빨리는 일을 겪어서 하소연 좀 하려고 글 써요. 제가 예민한 건지 아닌지 한 번만 봐주세요.
어제 과 오티였거든요. 강당에 원형 테이블 쫙 깔아놓고 다들 첫인상 좋게 보이려고 풀메에 원피스까지 갖춰 입고 왔더라고요. 저는 튀고 싶지 않아서 그냥 평소 입던 깔끔한 블라우스에 니트 걸치고, 아빠가 입학 선물로 매장에서 직접 골라준 가방 하나 들고 갔어요. 아는 사람은 보면 바로 아는, 가격대 좀 있는 클래식한 모델이에요. 의자 옆에 조심스레 세워뒀죠.
근데 입장하자마자 시선 강탈하는 애가 한 명 있더라고요. 위에서 아래까지 로고로 도배를 해놨는데, 트위드 자켓이며 구두며 가방이며 전부 대놓고 명품 티를 내는 스타일이었어요. 가까이서 보니까 뭔가 어색하더라고요. 로고 간격이 미묘하게 틀어져 있고 가죽 광택도 플라스틱처럼 번들거리고, 박음질도 울퉁불퉁하고. 딱 봐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애들이었죠.
뭐 짭을 입든 말든 남 일이라 신경 안 쓰고 동기들이랑 술잔이나 부딪히고 있었어요. 근데 그 애가 갑자기 제 테이블로 와서 제 가방을 위아래로 훑더니 대놓고 한마디 던지더라고요. "어, 은*아 너 가방 귀엽다? 근데 이거 어디서 샀어? 요즘 길거리 가면 이런 디자인 널렸던데, 너도 거기서 산 거야?"
순간 귀를 의심했는데 애는 멈추질 않더라고요. 제 가방 가죽을 손톱으로 톡톡 두드리면서 씨익 웃는데, "솔직히 우리 같은 대학생이 이런 거 진짜로 들고 다니긴 부담스럽잖아. 나처럼 아예 풀세트로 맞출 거 아니면 그냥 편하게 따라한 거 드는 게 낫지 않아? 어차피 티도 안 나는데."라는 거예요.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애들 시선이 전부 저한테 꽂혔어요.
진짜 손끝이 떨리더라고요. 제 가방은 매장에서 직원분이 장갑 끼고 하나하나 검수해서 보증서까지 챙겨준 진품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설픈 카피로 감싼 애한테 대놓고 가짜 취급을 당하니까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가죽 결이며 마감이며 차원이 다른데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게 꼽을 줄 수 있는지 어이가 없었어요.
옆에 있던 다른 동기가 분위기 싸해지니까 얼른 말리긴 했는데, 그 애는 끝까지 "내 말이 찔리니까 표정 굳은 거 아니야?" 하는 눈빛으로 저를 훑고 가더라고요. 제가 그 자리에서 결제 내역이라도 꺼내 보였어야 했나요? 어제 밤새 뒤척였어요. 이런 애랑 앞으로 4년을 같은 과에서 봐야 한다니 벌써부터 숨이 막히네요. 제가 속물처럼 보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