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학 졸업하고 지금 독서실에서 공기업 준비만 하고 있는 26살 여자입니다. 진짜 손이 덜덜 떨려서 키보드가 제대로 안 눌려요. 어디다라도 쏟아내지 않으면 속이 터질 것 같아 글 올립니다.
1학년 때부터 제 옆에 딱 붙어 있던 동기 A가 있습니다. 걔는 꾸미는 것도 좋아하고 집도 넉넉해서 늘 과 중심에 서 있던 애고, 저는 그냥 도서관에 박혀 필기만 파던 스타일이었어요. A는 시험 2주 전만 되면 어김없이 '이번에 집안 행사 겹쳐서 필기 하나도 못 했다'면서 제 노트를 통째로 빌려 갔습니다. 솔직히 저는 걔가 제 필기 보고 '너 진짜 정리 미쳤다'며 감탄할 때마다 속으로 은근 우쭐했어요. 걔가 제 옆에 있어야 제 위치가 올라가는 기분도 들었고요.
그렇게 1학년 전공기초부터 3학년 전공심화, 교양까지 제 손글씨 빼곡한 노트 스무 권이 걔 태블릿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도서관 4층 열람실 책상에서 제가 밤새 형광펜 칠해가며 쓴 걸 다음 날 강의실 맨 뒷자리에서 걔가 태블릿으로 찰칵찰칵 찍어가는 게 루틴이었죠. 미안하다며 학식이나 카페 커피 한 잔 사주는 걸로 퉁쳤고, 저는 그걸 '우정 영수증'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졸업하고 저는 하루 10시간 독서실에 처박혀 취준하고, A는 부모님 지원받아 사업한다며 브런치, 호텔 사진만 올리더군요. 그래도 단톡에서 하트 누르고 안부 묻고, 저는 우리가 계속 친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엊그제 동기 단톡방에 A 모바일 청첩장이 떴습니다. 다들 '헐 축하해!!' 난리인데 제 톡에만 아무것도 안 온 거예요. 알고 보니 친한 애들끼리 따로 파놓은 비밀 단톡방이 있었고 저는 거기 껴있지도 않았던 겁니다. 너무 당황해서 바로 개인톡을 날렸죠. '야 결혼 축하해! 청첩장 단톡에서 봤어. 왜 나한텐 말 안 해줬어?'라고요.
한참 씹다가 온 답장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미안해. 근데 내 결혼식은 진짜 아끼는 사람들만 소규모로 하기로 했어. 네가 오면 내가 오히려 빚진 기분 들 것 같고, 솔직히 예전에 필기 빌렸던 거 생각나서 마음이 좀 불편해. 우리 이제 졸업했으니까 그냥 멀리서 축하해줘.' 딱 저렇게 왔습니다.
읽자마자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필요할 땐 제 책상 옆에 찰싹 붙어서 '너 없으면 난 끝이야' 하더니, 제일 빛나는 날엔 저는 '불편한 과거' 취급이네요? 제 3년이 통째로 지워진 기분입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도 걔가 너무 얄미울 때 핵심 공식이나 결론 부분 일부러 살짝 꼬아서 적어준 적 있어요. 걔가 저보다 점수 잘 받는 꼴은 못 보겠어서요. 근데 그걸 이렇게 돌려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유난 떠는 건가요? 아니면 A가 그냥 쓰레기가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