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 머리가 새하얘져서 글 쓰는 것도 버겁네요. 초등학교 6학년 딸 키우는 엄마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싶어서 도저히 혼자 판단을 못 하겠어요. 제가 예민한 건지 저 사람들이 미친 건지 좀 봐주세요.
우리 딸 어릴 때부터 연기 시키겠다고 학원 뺑뺑이 돌리면서 진짜 피땀 흘렸어요. 애 끼 살려보겠다고 소문난 영화 동아리에 억지로 끼워 넣었고, 제작비 명목으로 다른 집보다 몇 배는 더 보탰습니다. 그러다 이번 단편영화에서 우리 애가 '주인공'으로 뽑혔다는 연락이 온 거예요. 그때는 진짜 우리 애 인생 폈다, 제가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죠.
촬영 기간 내내 다른 엄마들이 제 앞에서 얼마나 살갑게 굴었는지 모릅니다. 간식차며 도시락이며 제가 다 쏘고, 현장에서는 우리 애 얼굴 한번 더 잡아달라고 스태프들한테 음료수 돌리며 머리 숙였어요. 근데 막상 카메라 돌릴 때만 되면 '엄마 있으면 애가 위축된다', '예술 연출이라 통제가 필요하다'면서 저를 일부러 대기실 밖 복도, 심지어 건물 밖까지 슬쩍슬쩍 불러내더라고요.
집에 돌아온 애를 보면 매일 눈이 퉁퉁 부어있고 팔뚝이며 무릎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어요. 왜 그러냐 물으면 '연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래' 그 말만 반복하더군요. 저는 그때 '주인공이 그 정도도 못 참으면 어떡하냐, 엄마가 얼마를 쏟아부었는데' 하면서 오히려 애를 몰아붙였습니다. '네가 주연이면 책임감을 가져야지' 그 소리만 했어요.
그러다 엊그제 가편집본 시사회라면서 회의실에 모였는데 프로젝터 화면 보자마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화면 속 우리 애는 동아리 애들 한가운데 둘러싸여서 모욕당하고, 바닥에 떨어진 빵을 억지로 집어먹고, 옷에 일부러 뭔가를 쏟아붓는 장면이 편집 하나 없이 그대로 담겨 있었어요. 이게 연기가 아니란 게 바로 보이더군요. 뒤편에 서 있는 학부모들 표정은 웃고 있고, 음성에는 '좀 더 세게 해, 저게 연기지'라며 괴롭힘을 부추기는 소리까지 또렷하게 녹음돼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동아리 실세인 정OO이랑 그 무리들이 자기 애들 띄워주려고 우리 애를 일부러 '왕따 캐릭터'로 소비하는 영화를 기획한 거였어요. 우리 애가 촬영장에서 울면서 못 하겠다고 버티니까 '너희 엄마가 돈까지 내가며 주연 시켜달라 했는데 네가 망치면 어떡하냐'고 애를 윽박질렀더군요. 애가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무서웠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지금 따지러 갔더니 돌아오는 말이 더 가관입니다. '예술을 모르면 빠지세요', '원래 겉도는 애를 영화로 승화시켜준 건데 고마워해야지' 이딴 소리만 해요. 정OO은 자기가 감독이라며 법대로 하라면서 큰소리까지 칩니다. 제가 돈까지 내가며 우리 딸을 직접 그 구덩이에 밀어 넣은 꼴인가요? 이 사람들 아동학대로 다 신고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눈물만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