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내일이다. 중학교 3년 내내 나를 여자화장실 맨 안쪽 칸에 가둬놓고 문 위로 얼음장 같은 찬물을 끼얹던 ㅂ진희, 그년이 도심 한복판에서 제일 비싼 홀 빌려 샴페인 터뜨리며 결혼한단다. 동창 모아 청첩장 뿌렸다고 인스타 스토리에 깔깔대는 거 볼 때마다 예전엔 손이 떨렸는데 요즘은 입꼬리부터 올라가더라. 얼마나 행복할까? 자기가 짓밟은 애는 사람 많은 곳만 가면 숨 막혀서 아직도 구석에서 밥 먹는데, 지는 명문대 간판 달고 번듯한 직장 잡더니 훈남 신랑까지 낚아채 공주 행세라니. 세상이 공평하지 않으니 내가 직접 수평을 맞추러 간다.
동선까지 다 외웠다. 11시 정각 신부 입장곡 울리면 하객들 전부 뒤돌아보고 양가 부모는 눈물 글썽이며 박수 칠 그 순간, 하얀 드레스 끌고 레드카펫 밟는 절정의 30초에 내가 준비한 비명을 꽂아줄 거다. 그냥 악 지르고 끝이 아니다. ㅂ진희가 단톡에서 애들 조리돌림하며 낄낄댔던 캡처 300장을 축의금 봉투 크기로 뽑아 꽃가루처럼 뿌릴 준비도 끝냈고, 미리 섭외해둔 하객 대행 알바 세 명은 홀 뒤편과 축의금 데스크 옆, 신부대기실 복도에 나눠 앉혀뒀다. 그년이 인생에서 제일 빛난다고 착각하는 그 찰나를 제일 쪽팔린 순간으로 뒤집는 건 5초면 충분하다.
가해자는 잊어도 피해자는 못 잊는다는 말이 뭔지 똑똑히 보여줄 차례다. 신랑? 당연히 알아야지. 자기가 평생 사랑한다며 손 잡을 여자가 한 사람의 영혼을 어떻게 갈가리 찢었는지. 파혼? 그건 너무 자비롭지. 평생 귀에서 그날 내 비명 떠나지 않게 낙인 찍어줄 거다. 난 이미 사표 던졌고 잃을 것도 없다. 예비 시댁에 익명으로 알리려다 씹혔던 것도 이번엔 제대로 터뜨릴 거다. 내일 오전 11시, 예식장 로비에서 보자 진희야. 네 웨딩마치를 파멸의 전주곡으로 바꿔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