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영학과 종강 뒤풀이였습니다. 학교 앞 고깃집 2층 단체석을 통째로 빌려서 고기 굽고 소맥 말아 마시는 분위기였고 저도 동기들 사이에 끼어 오랜만에 웃고 떠들며 기분 좋게 놀고 있었어요.
그런데 같은 과 ㄱㅇ* 선배가 취기가 올랐는지 제 의자 등받이에 걸어둔 제 가방 위로 맥주 한 잔을 그대로 엎어버렸습니다. 제 가방은 흔한 보급형 캔버스백인데 아르바이트비를 한 달 꼬박 모아서 산 정말 아끼는 물건이었어요.
너무 놀라 멍하니 쳐다보는데 사과를 기대한 제 귀에 박힌 말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선배가 비틀거리며 헤헤 웃더니 테이블 전체에 들리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 미안미안, 근데 이거 어차피 싼 거잖아? 이런 건 술 좀 묻어도 금방 마르지. 비싼 것도 아닌데 털어서 쓰면 되지. 괜찮지?'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는데 옆에 있던 선배 몇 명은 오히려 킥킥대며 '야 ㄱㅇ* 너무 솔직하다 ㅋㅋ' 하고 웃더라고요. 저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식은땀이 났지만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여기서 따졌다가 속 좁은 사람 되는 것도 싫고, 괜히 내 가방이 싸구려 맞는 거 인증하는 꼴이 될까 봐 겁이 났거든요.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화장실로 뛰어가 문 잠그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휴지로 닦는데 맥주 냄새가 안감까지 배서 진동하더라고요. 저한테는 이 가방 하나 사려고 한 달 내내 저녁을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때우며 모은 기억이 담긴 물건인데, 남의 자존감을 이렇게 대놓고 짓밟아도 되는 건가요.
지금 글 쓰면서도 손이 덜덜 떨리고 눈물이 납니다. 그 선배는 파티가 끝날 때까지 제게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었습니다. 제가 예민하게 구는 건가요? 아니면 그 선배가 사람이 아닌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