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한 지방 사립대에서 장학금에 목숨 걸고 버티고 있는 3학년 학생입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기 중엔 편의점 야간 알바 하고, 방학 땐 계절학기 들으면서 국가장학금 평점을 맞추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 계절학기 때 같은 과 동기인 김◯◯로부터 믿기 힘든 제안을 받았습니다. 본인이 이번 방학에 유럽 클럽 투어를 가야 하는데, 계절학기 한 과목이라도 낙제가 나오면 졸업이 꼬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보고 대신 출석해주면 한 학기 등록금 수준의 금액을 현금으로 주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어요. 대리 출석이 걸리면 저도 징계를 받을 테니까요. 하지만 당장 밀린 월세랑 동생 학원비가 눈앞에 아른거렸고, 김◯◯는 '우리 아버지가 이 학교 법인 이사들이랑 친한 로펌 파트너인데, 설마 무슨 일 생기겠어?'라며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결국 저는 그 검은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째, 저는 매일 아침 뜨거운 햇볕을 뚫고 강의실에 앉아 제 이름이 아닌 김◯◯의 이름에 대답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학생 수가 적으니 한 명씩 얼굴을 보며 출석을 부르시는데, 저는 김◯◯의 수입 가죽 가방을 메고 그의 화려한 옷을 대여받아 입고 앉아 기계처럼 대답합니다.
비참함은 소셜 미디어를 볼 때 극에 달합니다. 제가 땀 흘리며 출석 대답을 하고 있을 때, 김◯◯는 프랑스 파리의 호화로운 클럽에서 수천만 원짜리 샴페인을 터뜨리며 파티를 즐기는 사진을 올립니다. '땀 흘려 공부하는 한국의 범생이들아, 인생은 이렇게 즐기는 거야'라는 도발적인 캡션과 함께요.
더 화가 나는 건 며칠 전 김◯◯가 보낸 메시지였습니다. '야, 출석 잘하고 있지? 교수님이 너보고 김◯◯ 맞냐고 물어보면 그냥 우리 집 개라고 해. 돈 줬으니까 그만큼 충성해야지?'라는 식의 조롱 섞인 말을 던지더군요. 저는 그의 노예가 아니었는데, 돈 몇 푼에 제 자존감은 쓰레기통에 처박혔습니다.
제가 예민한 건지, 아니면 이 상황이 정말 잘못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공범이지만,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며 타인의 절실함을 비웃는 김◯◯의 그 오만함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저도 징계받을 각오 하고 이 사실을 학교 게시판에 다 터뜨릴 생각입니다. 이게 정말 제 열등감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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