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명문대에 재학하면서 입시 과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고 있는 24살 여대생입니다.
일은 어제 저녁, 1년 넘게 주 2회씩 가르쳐 온 고2 남학생 박○영이네 집 거실에서 터졌습니다. 현관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커다란 식탁이 늘 수업 자리인데, 평소에도 얘가 필기보다 머리 만지고 핸드폰 보는 데 더 진심이긴 해도 그래도 선은 안 넘는 애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수업 30분쯤 지났을 때 얘가 가방에서 수행평가 프린트를 꺼내더니 책상 위로 밀면서 그러더군요. 선생님이 이거 대신 써주면 안 돼요? 처음엔 장난인 줄 알고 웃으면서 넘겼죠. 안 되지 ○영아, 이건 네가 직접 써야 느는 거야.
근데 얘 표정이 진짜더라고요. 제가 쓰면 점수 망할 것 같아요. 페이는 수업료 말고 따로 더 챙겨드릴게요, 이거 한 번만 써주세요 하면서 계속 들러붙는 겁니다. 그래서 선을 그었어요. 그건 부정행위고 내가 교육자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잘랐습니다.
그랬더니 얘 얼굴이 순식간에 굳더니 대놓고 비웃으면서 내뱉더군요. 선생님, 그렇게 착한 척하지 마세요. 엄마가 그러던데 선생님 원래 다른 대학 다니다가 편입으로 세탁해서 들어온 거라면서요?
순간 귀가 멍하더군요. 제가 편입한 걸 그 집에서 어떻게 알았는지도 소름인데 그걸 제 앞에서 세탁이라는 단어로 내던질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얘는 거기서 안 멈추고 콧웃음을 치면서 덧붙이더라고요. 세탁해놓고 왜 이렇게 유난이에요? 어차피 우리 같은 집 애들 레포트나 대신 해주고 돈 버는 거 아니었어요?
진짜 수치심에 손이 떨리더라고요. 1년간 친구들 연락 다 끊고 고시원에 처박혀 미친 듯이 공부해서 얻은 결과가 세탁 두 글자로 지워지는 기분이었어요. 더 앉아 있을 이유가 없어서 교재랑 필통 그대로 가방에 쓸어 담고 현관문 열고 바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그만두겠다고 문자 보냈고요.
근데 오늘 오후에 그 애 엄마한테 연락이 왔는데 사과는커녕 애가 말 좀 험하게 한 걸 가지고 유난 떤다, 이 바닥 좁은 거 알지? 이런 식으로 은근히 협박을 하더군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건가요? 제가 밤새워 쌓은 노력이 세탁이라는 말 한마디로 치부돼야 하는 게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글에 많은 응원을 받고 용기를 내 학부모의 협박성 메시지들을 모두 캡처해 저장해 두었습니다. 더 이상 휘둘리지 않기로 결심하고 어제 저녁 학생의 담임 선생님께 수행평가 대리 작성 요구 과정을 그대로 알렸습니다. 증거가 분명해 학교 차원에서 사실 확인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학부모는 뒤늦게 사과하고 싶다며 연락을 이어오지만 저는 그 집 근처에도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제 학벌이 편입으로 얻은 것이든 무엇이든 제 노력의 가치는 제가 지키려 합니다. 따뜻한 위로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