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제가 유난인 건가요? 아니면 원래 남자들이란 족속이 다 이렇게 이중적인가요? 지금도 손이 덜덜 떨려서 글자가 제대로 안 눌리네요.
결혼 10년 차, 남편은 IT 기업 임원 달고 남부러울 것 없이 벌어옵니다. 저는 갤러리 큐레이터 때려치우고 강남 아파트에서 애 하나 키우며 겉보기엔 완벽한 사모님 코스프레 하며 살았어요. 브런치 모임에 백화점 VIP 라운지 드나드는 게 제 유일한 자존심이었거든요.
며칠 전이에요. 남편이 욕실 들어가 샤워하는 사이 식탁 위에 둔 폰에서 띠링하고 카드 알림이 울리더라고요. 평소엔 안 보는데 그날은 촉이 와서 잠금 풀고 봤다가 심장이 바닥으로 꺼졌습니다. 1,500만 원, 그것도 명품 본점에서 가방 하나를 그냥 일시불로 긁은 내역이었어요.
욕실 문 열리고 수증기 속에서 남편 나오자마자 폰 내밀고 따졌죠. 이게 뭐냐고. 그랬더니 얼굴이 돌처럼 굳더니 비즈니스 파트너 선물이라고 둘러대더군요. 웃기지도 않아서 바로 뒤져봤죠. 그 가방, 남편이 애지중지 숨겨둔 어린 상간녀 어깨에 버젓이 걸려 있더라고요. SNS에 대놓고 자랑까지 해놨더군요.
진짜 피가 거꾸로 솟은 건 그 다음입니다. 지난달 제 생일에 500짜리 가방 하나 사달라고 했을 때 남편이 뭐랬는지 아세요? 요즘 경기 안 좋다, 사치 부리지 마라, 사고 싶으면 12개월 할부로 긁고 네 생활비에서 알아서 까라던 인간이에요. 내 건 할부 이자까지 계산하며 쪼잔하게 굴더니 상간녀한테는 1,500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일시불로 꽂아준 겁니다.
그 여자 회사 어딘지, 출근 동선까지 다 알아놨어요. 당장 찾아가서 그 잘난 일시불 가방 찢어버리고 싶어 미치겠는데 남편은 오히려 제가 집에서 돈만 축내는 사람인 양 이혼 서류 들이밀며 찍으라고 합니다. 제가 이 집에서 사람 대접은 받아본 적이나 있는 건가요? 너무 억울해서 잠이 안 옵니다.
글을 올린 뒤 부부 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 남편은 짐을 싸서 집을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법인 카드가 정지됐다는 알림이 뜨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했다. 한편 상대 여성은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가 몰래 손댄 코인이 상장 폐지 위기에 놓이며 딸 유학 자금까지 날릴 판이 됐다. 남편의 행실을 공개해 위자료를 받아내려 했지만, 내 투자 실패가 드러날까 두려워 오히려 전전긍긍하는 신세가 됐다. 초라해진 내 모습이 스스로도 낯설다.
결국 그토록 자랑하던 고급 아파트를 정리하고 작은 오피스텔로 옮기기로 했다. 주변에는 남편이 해외 지사로 발령 났다고 둘러댔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 막막하다. 매달 통장에서는 명품 가방 할부 이자가 빠져나가는데, 정작 그 가방을 들고 나갈 자리가 없어 허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