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음 달 식 올릴 예정인 31살 예비신부입니다. 지금 손이 덜덜 떨려서 키보드도 제대로 못 치겠어요. 익명 아니면 도저히 못 쓰겠어서 글 올립니다.
예비신랑이랑은 1년 좀 넘게 만났고 사람 자체는 성실해요. 공무원이고요. 문제는 시댁 분위기예요. 첫 인사 하러 갔을 때 시어머니가 거실 소파에 앉자마자 대뜸 그러시더라고요. "우리 집은 가족끼리 숨기는 게 없어야 해. 현관 비번, 폰 비번 다 공유하는 게 예의고 도리다" 딱 잘라 말씀하시는데, 그때는 그냥 어르신 특유의 허세인가 싶었어요.
근데 그게 진심이었어요. 제가 서울에 대출 끼고 겨우 마련한 아파트 하나 있거든요. 입주 앞두고 인테리어 공사 중인데 예비신랑이 제 허락도 없이 현관 도어락 비번을 시부모님께 넘긴 거예요. 제가 출근한 사이 어머님이 반찬통 두 개 들고 삑-하고 문 열고 들어와 계시더라고요. 신발장 앞에 반찬통 덩그러니 놓고 "서운해하길래 아들이 알려줬다, 이제 한 가족인데 뭘 그렇게 따지냐"는 거예요. 그때 1차로 폭발했는데 결혼 앞두고 싸우기 싫어서 꾹 참았어요.
진짜 사단은 어제 터졌습니다. 시댁 아파트 거실이었어요. 식탁 위에 제 폰 잠깐 올려두고 화장실 다녀왔는데 어머님이 제 폰을 양손으로 쥐고 패턴을 이리저리 그어 풀고 계시는 거예요. 제가 "어머니 뭐 하세요?" 하니까 너무 태연하게 "네가 비번을 안 알려줘서 이것저것 찍어보니까 풀리더라. 가족끼리 뭘 숨기냐"면서 웃으시더라고요.
더 기가 막힌 건 이미 제 카톡을 다 뒤져보신 거예요. 친구랑 나눈 대화창 열어놓고 "너 □□(예비신랑) 뒷담을 이렇게 했더라?" 하면서 훈계를 시작하는데 등줄기에 소름이 쫙 끼치더라고요. 바로 옆에 있던 예비신랑을 불렀더니 제 편은커녕 "엄마가 너 사랑해서 관심 갖고 본 건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우리 집 예의라니까" 하면서 저를 유난 떠는 사람 만들더라고요. 진짜 눈앞이 하얘졌습니다.
이거 파혼해도 이상한 사람 되는 거 아니죠? 제가 예민하고 각박한 건가요? 가족이라는 단어 하나면 남의 집 현관이랑 폰을 맘대로 뒤져도 되는 겁니까? 제발 객관적으로 좀 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