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 너무 당황해서 오타가 계속 나네요. 온몸에 소름이 돋고 심장이 쿵쾅거리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제가 먼저 무너질 것 같아 여기에라도 남깁니다.
저는 26살 광고대행사 AE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세 달 전 고등학교 동창 김○○가 집안 사정이 너무 힘들다며 카페에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같이 살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마침 월세가 버거웠던 저는 착한 일 한다 생각으로 빈 방을 내줬습니다. 그때 제가 제 경계를 직접 열어준 셈인데, 그게 제 인생을 통째로 흔든 최악의 선택인 줄은 어제까지 몰랐습니다.
어제 저녁 야근하고 들어오니 거실 식탁 위에 ○○ 노트북이 켜진 채 방치돼 있었습니다. 화면엔 제 SNS랑 똑같은 프사, 제 이름에서 한 글자만 바꾼 가짜 계정이 로그인돼 있더군요. 무심코 스크롤을 내렸는데, 거긴 제 일상을 그대로 복붙한 가짜 인생 박물관이었습니다.
○○는 제가 9시에 출근하고 텅 빈 낮 시간에 제 방 문을 열고 들어와 옷장 가장 안쪽에 걸어둔 아끼는 옷이랑 제일 비싼 가방을 꺼내 들고 나갔더라고요. 제 말투, 제 필터, 제가 자주 가는 카페 배경까지 똑같이 따라 해서 데이트 사진을 올렸고, 제가 예전에 잘생겼다고 한번 흘리듯 말했던 전 직장 동료 오빠랑 술잔 부딪히며 찍은 사진까지 버젓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처음엔 제가 먼저 가방 한번 빌려주면서 언니가 도와준다는 우쭐함에 취해 경계를 허물었던 것도 사실인데, 그 틈을 이렇게 파고들 줄은 몰랐습니다.
더 소름 끼친 건 메신저였습니다. 제 이름으로 그 오빠에게 비밀 데이트하자며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고, 데이트 비용은 제 지갑에서 카드 번호를 외워뒀다가 제 명의로 소액 대출을 받아 긁고 있더라고요. 제가 룸메니까 이해하자며 눈감아준 모든 순간이, 저쪽에선 제 인생을 조금씩 갉아먹는 티켓이었던 겁니다.
밤 11시쯤 들어온 ○○를 거실에서 붙잡고 따졌더니, 처음엔 뭐가 하더니 증거 사진 들이밀자 태도가 돌변하더군요. 언니는 다 가졌잖아. 옷 몇 번 빌려 입은 게 그렇게 큰 죄야? 언니가 맨날 잘난 척하니까 내가 언니인 척 좀 해준 거지라며 코웃음을 치는데, 정말 사람 가죽 쓴 무언가와 대화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당장 짐 싸서 내보내고 싶지만 ○○는 제 신분증 사진까지 몰래 찍어둬서 제 이름으로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협박합니다. 부모님께는 제가 전공 버리고 이상한 곳에서 일한다는 소문까지 흘려놨더라고요. 단 세 달 만에 제 일상이랑 인간관계가 기생충처럼 달라붙은 애한테 다 뜯겨나간 기분입니다. 제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진짜 미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