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지금 너무 황당하고 답답해서 글 올립니다. 제가 예민한 건지 걔가 선을 넘은 건지 진짜 냉정하게 판단 좀 해주세요.
이 친구랑은 고등학교 때부터 10년 넘게 본 사이예요. 2년 전 제가 먼저 결혼했을 때 얘가 축의대에 봉투 하나 툭 던지고 가더라고요. 열어보니 3만원이었습니다. 그때 저도 형편 빡세게 식 올린 거라 그냥 와준 게 고맙다며 웃으면서 배웅했어요. 제가 분위기 띄운다고 “야 부담 갖지 마, 오는 것만으로 고마워!”라고 헛소리를 한 적은 있고요. 솔직히 저도 철없던 시절에 3만원 내고 가족 데려간 적 한 번 있긴 한데 그건 진짜 어릴 때 실수였고 넘어가 줬으면 했죠.
며칠 전 그 친구 청첩장 모임이 있었어요. 도심 한복판 5성급 호텔 예식장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브런치 카페에 다 같이 둘러앉아 케이크 자르고 사진 돌려볼 때까지는 분위기 좋았는데, 갑자기 얘가 컵 내려놓더니 진지하게 그러는 겁니다. “솔직히 호텔 식대가 1인당 15만원이 넘어. 나도 영끌해서 하는 거니까 오는 사람들은 최소 20은 맞춰줘야 예의 아니겠어?”
순간 귀를 의심했어요. 테이블에 정적 돌고 다들 눈치만 보는데 제가 참다못해 쏘아붙였습니다. “야 너 내 결혼식 때 3만원 냈잖아. 근데 나한테 1인당 20을 요구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그랬더니 돌아온 답이 더 기가 막히더라고요. “그때랑 지금 물가가 같냐? 그리고 네가 직접 부담 갖지 말라며? 난 네 말 믿고 3만원 낸 거야. 이제 와서 그걸로 쪼잔하게 구는 네 심보는 뭐냐? 호텔이랑 일반 홀이랑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게 말이 되냐?”면서 오히려 저를 속 좁은 사람으로 몰아세우더라고요.
호텔이 비싼 건 알죠. 근데 본인이 허영심에 호텔 잡아놓고 그 식대를 왜 하객한테 강요해요? 본인은 3만원 내놓고 7배를 뻔뻔하게 요구하는데 정이 뚝 떨어지네요. 제가 속 좁은 건가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답답해서 올립니다.
결국 저는 그 친구의 결혼식에 가지 않았습니다. 예식 전날 친구가 2년 전 제 결혼식 때 보냈던 카톡 '축하해! 형편이 여의치 않아 정성만 보낸다'라는 메시지와 3만원 입금 내역을 캡처해서 그대로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나도 네가 했던 것처럼 정성만 보낼게. 네 말대로 물가 올랐으니까 가성비 따져서 축의금은 3만원 보냈다. 너도 부담 갖지 마'라는 말을 덧붙여 3만원을 송금했습니다. 친구는 미친 듯이 전화를 걸어오고 카톡으로 '너 미쳤냐' '사람 망신 주려고 작정했냐'며 욕설을 퍼붓더니 결국 저를 차단하더군요. 주변에서 들으니 그 호텔 결혼식은 하객이 너무 없어 빈자리를 채우느라 진행 측이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식대 압박을 느낀 다른 동창들도 대거 불참하면서 예식장이 썰렁했다고 하더군요.
제 빠듯한 살림보다 그 친구의 무너진 자존심을 확인하니 묘한 쾌감이 들면서도 10년 우정이 돈 몇 푼에 산산조각났다는 사실이 씁쓸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제 인생에서 걸러야 할 사람이 확실해진 것 같아 후회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