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10년을 함께한, 가족보다 더 가깝다고 믿었던 절친 B가 있습니다. B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늘 주눅 들어 있었고, 저는 그런 B가 안쓰러워 제 옷도 나눠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며 영혼의 단짝처럼 챙겨왔습니다.
제 남친 A와는 3년을 만났습니다.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깊은 사이였고, 남친의 둥글둥글한 성격과 넉넉한 경제력 덕분에 저는 늘 행복한 미래를 꿈꿨습니다. B에게도 제 행복을 나눠주고 싶어 데이트 자리에 자주 불렀고, 셋이서 여행도 다닐 정도로 스스럼없이 지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제가 베푼 호의가 제 목을 조르는 칼날이 되어 돌아올 줄은요.
사건은 한 달 전, 남친의 이별 통보로 시작되었습니다. 권태기라는 뻔한 핑계로 헤어지자던 남친은 그날 이후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폐인처럼 지내던 저에게 어제 B로부터 한 통의 카톡이 왔습니다. 초음파 사진과 함께요. "나 임신했어. 아빠는 A야. 우리 이제 축하받고 싶어."
제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습니다. 믿었던 두 사람의 배신만으로도 죽고 싶은 심정인데, B는 저에게 전화를 걸어와 당당하게 말하더군요. "네가 남친 돈 보고 만나는 거 다 알고 있었어. A도 너의 사치에 지쳐있었대. 사랑은 진짜 나랑 한 거야. 우리 아이 대모는 네가 해줬으면 좋겠어. 10년 친구니까 축하해줄 거지?"
여러분, 이게 정말 사람이 할 짓인가요? 본인들이 바람피워놓고 이제 와서 사랑 운운하며 피해자인 저에게 임신 축하를 강요하는 이 파렴치한 인간들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예민한 건지, 아니면 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건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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