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명문대 휴학하고 전문 과외로 생활비 벌어 쓰는 24살 여대생입니다. 지금 너무 마음이 힘들어서 글 쓰는 것조차 버겁네요. 저한테 고등학교 때부터 7년을 붙어 다닌 절친 A가 있는데 저는 재수 끝에 먼저 대학에 들어갔고 A는 4수까지 하면서 독서실에 처박혀 살았거든요. 작년 한 해는 A가 너무 안쓰러워서 제가 틈틈이 도와준 것도 많았습니다.
제가 1년 동안 유명 강사들 강의 다 뜯어보고 기출 10년치를 분석해서 만든 A4 바인더 3권짜리 비법 노트가 있어요. 형광펜이랑 포스트잇으로 도배된 제 입시 노하우의 결정체이자, 과외에서 학부모들이 팀당 수백씩 주고도 배우고 싶어 하던 보물 1호였죠. 작년 10월 말쯤 A가 제 원룸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둔 그 바인더를 보고 너무 간절하게 빌려달라고 해서, 딱 한 달만 보고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선뜻 빌려줬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A가 그토록 원하던 의대에 최종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진심으로 축하해주려고 바로 전화했는데 목소리 톤부터가 예전의 그 A가 아니더라고요. 합격자 특유의 여유인지 사람을 아래로 보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그때 문득 빌려준 뒤로 연락이 뜸해진 게 떠올라서, 축하한다면서 이제 노트 좀 돌려달라고 했죠. 제 방 책상 위가 텅 비어있는 게 계속 신경 쓰였거든요.
근데 A가 대뜸 무슨 노트냐며 잡아떼는 겁니다. 본 적도 없고 자기 힘으로 합격한 거라고, 오히려 제가 헛소리한다고 몰아붙이더라고요. 저는 A 자취방 책장 2층에 제 바인더가 그대로 꽂혀 있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말이죠. 너무 어이가 없어서 너 양심 어디 갔냐, 내 노력으로 의대 갔으면서 고맙다는 말은 못 할망정 왜 거짓말하냐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오늘 아침 8시에 장문 카톡이 하나 도착했는데 더 가관입니다. 제가 집착하면서 스토킹하고 허위사실로 자기 명예를 깎아내렸으니 명예훼손이랑 스토킹으로 고소하겠다네요. 이제 의대생이라 변호사 선임해서 법대로 밟아버리겠다면서요. 적반하장도 정도가 있지, 노트 훔쳐 간 사람이 피해자를 고소하겠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더 소름인 건 A가 제가 노트 돌려달라고 한 카톡 내용을 교묘하게 편집해서, 제가 합격을 빌미로 돈을 뜯어내려 한 것처럼 캡처를 짜깁기해 둔 거예요. 의대생이라는 타이틀 믿고 저를 커뮤니티에서 완전히 매장시키려는 수작으로밖에 안 보입니다. 이런 적반하장 빌런한테 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억울해서 속이 뒤집어지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