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11시,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 이불 끌어안고 남친이랑 통화하고 있었어요. 내일 새로 생긴 파스타집 가볼까, 거기 줄 길다던데 예약할까 뭐 그런 시덥잖은 얘기 나누는 중이었죠. 스피커도 안 켰는데 수화기 바로 옆에서 여자 목소리가 너무 선명하게 꽂혔어요. 아직 앳된 목소리로 “자기야, 누구랑 통화해?” 딱 이렇게요.
심장이 쿵 내려앉는데 남친 쪽은 1초 정도 공기가 얼어붙더라고요. 누구냐고 묻자마자 목소리부터 덜덜 떨면서 “아 그거 TV 소리야, 아니 친구 동생이 옆에서 장난친 거야” 말도 안 되는 말을 두 개를 번갈아 뱉는 거예요. 말이 되냐고 따지려는 찰나에 뚜- 뚜- 하면서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겨버렸어요.
그 뒤로 한 시간째 전화도 안 받고 카톡은 1도 안 없어지더니 이제는 아예 전원이 꺼져 있다고 떠요. 손이 너무 떨려서 글자 치는 것도 버거운데, 이게 제가 예민해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제가 짐작하는 그 상황이 맞는 건가요? 2년 동안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는데 지금 머릿속이 그냥 하얘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