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일을 겪고 밤새 한숨도 못 자고 글 올립니다. 지금도 손이 덜덜 떨려서 썼다 지웠다를 수십 번 반복 중이에요. 도저히 진정이 안 됩니다.
저는 3년 만난 남친이랑 올가을 결혼 앞두고 있는 32살 직장인입니다. 겉보기엔 싸울 일도 없이 평탄하다고 믿었어요. 남친이 돈 없다고 하면 제가 데이트 비용 거의 다 냈고, 생일이나 기념일엔 제 월급 털어서라도 백화점 가서 선물 골라줬거든요. 그때마다 남친은 “나중에 자리 잡으면 다 갚을게” “너 아니면 안 돼” 하면서 달래줬고요.
일은 어제 터졌습니다. 남친이 집 구석에 처박아둔 구형 노트북 중고로 팔자고 해서 제가 초기화 전에 바탕화면이랑 다운로드 폴더 정리해주겠다고 했어요. 먼지 쌓인 본체 켜고 파일 지우는데 크롬에 로그아웃 안 된 탭 하나가 그대로 떠 있더라고요. 클릭해보니 제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비공개 SNS 계정이 로그인된 채 열려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피드 몇 줄 내리다가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계정명이 ‘Master of ATM’이었는데, 제가 밤새 정성 들여 쓴 손편지랑 명품 지갑 같은 선물 사진이 ‘호구 인증’ ‘오늘도 호구 등판’ 이런 조롱 멘트랑 같이 박제돼 있더라고요. “오늘도 월급 기계 정상 가동ㅋㅋ 150 입금 완료” “이거 팔아서 주말에 다른 애랑 파인다이닝 ㄱ” 같은 글이 도배돼 있었습니다.
제일 토악질 나온 건 둘만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자기들끼리 쓰는 은어로 비하해서 올려둔 거였어요. 저를 ‘길들여진 애완동물’ 취급하고 ‘돈도 주고 서비스도 주는 기계’라느니... 제가 3년을 옆에 두고 본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입에 담기도 추잡한 말들로 가득했습니다.
댓글은 더 가관이었습니다. 친구로 보이는 놈들이 “호구 제대로 물었다ㅋㅋ” “결혼해서 평생 빨아먹어라” 하고 낄낄대는데, 남친은 거기에 “결혼은 비즈니스지. 현금 인출기 하나 확보하는 거임” 이라고 대댓글까지 달아놨더라고요.
그걸 캡처해서 따졌더니 사과 한마디가 없어요. 오히려 “남의 노트북을 왜 몰래 보냐, 사생활 침해다”면서 적반하장으로 고함을 지르더군요. 그러면서 “너도 날 사랑하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쓴 거다”라는데... 이걸 장난으로 믿어야 할까요?
솔직히 아직도 바보같이 흔들립니다. 이 사람을 너무 믿었던 제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혹시라도 진심으로 빌면 그냥 덮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미련이 자꾸 고개를 들어요. 제가 예민하게 구는 건가요? 아니면 이건 그냥 끝내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