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상견례 끝나고 심장이 식질 않아서 뜬눈으로 밤을 샜습니다. 호텔 중식당 룸에 양가 부모님 마주 앉히고 원형 테이블에 코스 나오던 자리였는데, 제가 거기서 파혼 선언하고 박차고 나왔습니다. 지금 예비 시댁은 난리났고 저희 부모님도 등 떠밀리듯 끌려나와 멘붕이신데 저는 단 1도 번복할 생각 없습니다. 예비 시어머니 본색을 그 자리에서 제대로 봤거든요.
시작은 집 얘기였습니다. 저희 쪽에서 전세 보태주기로 했는데 금액이 성에 안 찼는지 예비 시어머니가 대놓고 저희 부모님 기를 죽이더라고요. 젓가락 들기도 전에 “우리 아들 대기업 다니고 키 크고 인물 좋아서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결혼하면 너가 많이 맞춰야 한다” 이런 소리를 웃으면서 계속 던지는데, 룸 안 공기가 싸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저도 요즘 다른 사람한테 고민 상담하듯 연락하면서 마음이 이미 떠 있던 상태였고, 쌓인 것도 많아서 그 말이 마지막 도화선이 됐습니다.
그래서 수저 딱 내려놓고 말했습니다. “어머님, 저 이 결혼 못 하겠습니다. 그렇게 귀하신 아드님은 더 귀하신 집 따님 만나게 해주세요. 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라고요. 순간 코스 접시 내오는 직원도 멈추고 테이블이 얼어붙었는데, 예비 시어머니 얼굴이 시뻘게지더니 고성을 지르더라고요. “네가 감히 우리 아들 인생을 망쳐? 3년을 만나놓고 아까운 우리 아들 청춘은 누가 보상해! 그 청춘값 다 물어내고 나가!” 하면서요.
홀 손님들까지 힐끔거리는데 공개적으로 청춘값 물어내라니 소름이 아니라 정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제가 무슨 사기라도 친 사람처럼 몰아가는데 옆에 예비 남편이라는 사람은 고개 숙이고 입 꾹 닫고 있더군요. 저런 집에 들어갔으면 제 인생 뻔히 보이지 않겠습니까. 제가 예민해서 과민반응한 겁니까, 아니면 일찍 손절 잘한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