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6살 자취하는 직장인입니다. 지금 너무 당황해서 키보드도 제대로 못 치겠어서 글 올립니다.
의류 매장에서 보조 매니저로 일하면서 월급 230 쪼개서 얼마 전에 태블릿 하나 장만했어요. 그림 그리는 게 유일한 취미라 진짜 큰맘 먹고 12개월 할부 끊었는데 아직 10개월이나 남았거든요. 원룸 책상 위에 전용 케이스에 넣어 모셔두고 퇴근하고 와서 한 시간씩 겨우 만지는 게 낙이었어요.
근데 제 남친이 반년째 집에서 놀면서 갑자기 대형 유튜버 하겠다고 선언했어요. 장비 살 돈은 1원도 없으면서 제 태블릿만 눈에 불을 켜고 빌려달라고 매달리더라고요. 처음엔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매일 "내가 성공해서 너 호강시켜주려는 건데 왜 내 꿈을 꺾어" 이러면서 가스라이팅을 하길래 결국 넘어가서 빌려줬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미친 거죠.
오늘 점심쯤 남친한테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바닥에 처박혀 있더라고요. 야외 공원 바닥에서 챌린지 찍는다고 태블릿 들고 뛰어다니다가 아스팔트에 그대로 내동댕이쳤대요. 액정 전체가 거미줄처럼 박살났고 센터 가니까 패널 교체에 60만원 넘게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제 할부보다 더 큰 돈이에요.
너무 속상해서 "오빠가 쓰다가 깬 거니까 수리비는 오빠가 해야지"라고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어요. 그랬더니 태도가 돌변해서 버럭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야 너 진짜 쪼잔하다? 내가 미래에 투자하다가 실수 한 번 한 건데 사람 자존심을 이렇게 짓밟아야겠냐"면서요.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자기가 나중에 떡상해서 떼돈 벌면 태블릿 백 대는 기본이고 외제차도 뽑아준다면서, 고작 액정값 60만원 가지고 자기를 파렴치한 사람 만들 거냐고 저보고 속이 좁아 터졌대요. 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제가 할부 아직 10개월 남았다고 하니까 "그게 다 네가 내 성공에 투자하는 지분이고 경험치 쌓는 비용이라 생각하면 되지"라는 소리까지 하네요. 제가 진짜 쪼잔한 건가요? 사랑하면 이 정도는 이해해줘야 하는 건지 제가 나쁜 년인지 머리가 완전 혼란스럽네요.